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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④] 김지영 "'74년생 김지영'의 고민? 지금은 제5의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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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지영(47)이 스스로 "제 5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지영은 1994년 한양대학교 1학년 재학 시절 극단 '한국'에 입단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1995년 KBS 드라마게임 '가장 행복하게 잠깨는 남자'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이후 MBC '전원일기'(1997)에서 복길이 역을 맡으며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김지영은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활동을 이어갔다. MBC '남자 셋 여자 셋'(1997), SBS '토마토'(1999), MBC '논스톱'(2000),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SBS '토지'(2004), SBS '내 사랑 못난이'(2006), MBC '메이퀸'(2012), MBC '위대한 조강지처'(2015) 등으로 시청자들을 만났고,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1998),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극한직업'(2019), '엑시트'(2019), '프랑스 여자'(2020) 등으로도 관객을 만난 바 있다.

1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굿 캐스팅'(박지하 극본, 최영훈 연출)에서는 국정원 국제 대테러 대응팀 소속 블랙요원인 황미순 역을 맡아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가족과 이웃에게는 보험 설계사로 자신을 꾸미고, 실제로는 잠입전문 블랙요원으로 활약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지영이 출연한 '굿 캐스팅'은 현장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우연히 현장으로 차출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로, 백찬미(최강희), 임예은(유인영), 그리고 황미순의 워맨스가 돋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지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굿 캐스팅'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굿 캐스팅'은 세 명의 여성 블랙요원이 등장해 통쾌한 액션을 펼친다는 점에서 여타 드라마와 결을 달리했다. 이에 대해 김지영은 "통쾌한 것들이 잇었다.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했어야 해서 유쾌하고도 통쾌했다. 여자들 위주의 이야기라면, 남자들이 '에이' 이럴 거 같았는데, 남자들도 재미있어했고, 못 보던 그림이라 좋아하고 속 시원해하더라. 여자로서도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중요한 것은 '여성 중심' '남성 중심'이 아니라,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40대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은 40대 여배우들이 그릴 복잡한 인생이 주인공이 되기엔 어렵다는 거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굿 캐스팅'의 성공은 40대 여배우들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김지영은 "시청률이 좋은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매번 최선을 다해왔던 거 같다. 최선을 다한 것들이 좋은 호응으로 보일 때 힘을 얻는 거 같다. 이런 기회는 참 천운이다. 다들 잘하고 있고, 우리만 유독 잘하는 것도 아닌데 기운을 타야 하지 않나. 시대의 흐름도 봐야 하고. 사람들이 답답하고 무서운 것을 싫어했던 것도 있고, 그 기운을 타고 맞아서 때를 맞춘 것 같았다"고 밝혔다.

최근 연예계는 'SKY캐슬'을 시작으로, 중년 여성 배우들의 '설 자리'가 점차 커지는 효과를 보는 중이다. 그간 남성 중심의 작품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굿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서사가 중심이 되는 작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김지영은 이 현상에 대해 "남성위주로 쏠리기만 했던 것이 비단 지금 당장의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연기를 시작하는 시점인 옛날부터 그래왔고, 대부분이 같았다. 지금 와서 달라진 것도 아니었다. 다만, 주연을 맡고 중심이 됐던 사람들이 밀려났다고 생각하며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여성 중심 영화가 많지도 않고, 여성중심인데 거기다가 40대를 위주로 하는 작품이 많을 수는 없다. 어릴 때에도 보면, 20대 때에도 '우리가 할 거 너무 없어'라고 했었다. 원하는 것들이 항상 펼쳐져 있지는 않았던 거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게, 세월의 흐름에 맞게 나를 좀 바꿔가는 것도 필요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고, 열려 있지 않으니 그 흐름에 맞게 나이가 들었다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시각이 다양해지고 고급스러워지지 않나. 또 배우, 만드는 사람들보다 보는 사람들이 더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작품에 대해 공감을 해주고, 작품 안에서 연기하는 저를 많이 봐주신 거 같다. 그런데 또 주연을 고집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저도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은 마음이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연기가 더 많이 하고 싶다.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된 거다"며 다작의 이유를 밝혔다.

김지영은, 최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아버지가 "너 김지영인데 왜 안 하느냐"고 했다는 일화를 웃으며 전해왔다. 이에 82년생이 아닌, '74년생 김지영'의 생각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김지영은 "일적으로도 배우로서도 제가 해왔던 환경들이 많이 바뀌었다. 후배들을 대하는 것과 선배들을 대하는 방식도 바뀌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아졌다. 어디에 가면 저에게 선배'라고 하고 의자를 내어주는데 그게 적응이 안되더라. 그래서 저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린 거 같다. 40대 초반이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때 연기 인생 2막, 엄마로서 여자로서 방향이 달라졌고,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하던 때였는데 '프랑스 여자'의 김희정 감독을 만나 많은 애기를 하고 도움을 받았다. 당시 준비하던 작품인 '열 세 살 수아'를 제가 못했는데, 그 후 뒤풀이 장소에서 얘기를 들었던 '프랑스 여자'에는 무조건 출연을 하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이어 "그렇게 찍은 작품인 '프랑스 여자'도 코로나19로 안좋은 상황임에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봉도 처음엔 미친 짓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론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신세계가 열렸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고, '천만 영화만 보던 내게 이런 영화는 처음이다'는 분들도 있었다. 용기를 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작품이었다"고 평했다.

김지영은 차기작으로 '우아한 친구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촬영도 다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공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김지영은 "요즘 저에게 '다작'이라고들 하시는데, 특별출연을 했던 작품들이 한 번에 풀리면서 본의 아니게 많이 보여드리게 됐다. 어느 분들은 제2의 전성기라고 하시는데, 그러기엔 나이가 많고, '제5의 전성기' 정도가 아닌가 싶다"며 밝게 웃었다.

'굿 캐스팅'을 마친 김지영은 7월 10일 방송되는 JTBC 새 금토드라마 '우이한 친구들'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