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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10점 만점에 8점"…조진웅이 말한 #사라진시간 #감독 정진영 #연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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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사라진 시간'은 지금까지 내가 출연했던 작품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영화 중 하나다." 배우 조진웅(44)이 자신했다.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정진영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 제작). 하루 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뒤바뀐 형사 형구 역의 조진웅이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명량', '암살', '끝까지 간다', '독전', '완벽한 타인', '블랙머니' 등의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충무로 대세 배우 조진웅. 매 작품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여온 그가 배우 정진영의 첫 연출작인 '사라진 시간'을 통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의 복잡한 심경 변화를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낸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형구는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은 형사. 마을 주민들을 조사하던 어느 날 아침,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깨어난 그는 까맣게 불탔던 집이 멀쩡하고, 마을 주민들은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상황을 마지하게 된다. 집도, 가족도, 직업도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이 사라진 상황을 벗어나 보려 발버둥 치지만 점점 무력해 진다.조진웅은 '사라진 시간'을 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앞서 정진영 감독은 "조진웅이 시나리오를 받은 뒤 하루 만에 출연 결정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바, 조진웅은 이에 대해 "사실 하루 만에 출연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다만 하루 만에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감독님을 만나 이 작품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입을 뗐다.

"가장 먼저 어떤 모티브를 가지고 이런 시나오를 쓰게 되셨는지 궁금했다. 원작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업 공간에 들어가서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해석을 할 수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건 '하루 아침에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 있다'라는 건데, 그 이상의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이 이야기에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가 될 수 없는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영화적인 영화'다. 말이 되는 이야기라며 의심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예술가라는 존재는 항상 '당위성'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지 않는다. 이 작품은 반드시 '해봐야 하는 거리'가 되는,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선배 정진영의 연출작이라는 점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 부분은 없냐고 묻자 그는 "사실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다"고 답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시고 다음 날 보자고 하시더라. 영화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차나 한잔 하자고 하시더라.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한 줄도 안 읽어보고 갈 수 있겠냐. 그래서 급하게 읽어봤는데 시나리오가 묘하게 줄줄 넘어가더라. 굉장히 묘한 느낌이 들었다"며 "이 영화는 어렵다기 보다 해석적으로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민을 던지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또 이런 영화만 찾아보는 관객들도 있다. 사실 저의 영화 취향은 잡식이다. 상업영화도 좋아하지만 이런 생각할 거리는 주는 영화도 좋아 한다"고 말했다.

'사라진 시간'을 촬영하며 했던 연기적 고민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기적 표현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겼다. 함부로 뱉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조진웅은 "예전에는 어떻게 되든 그냥 내뱉고 보자는 마인드였는데, 나이가 먹을수록 함부로 내뱉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작품은 더 고민을 많이 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작품이었기 때문에 해석을 잘못 하면 시퀀스 자체가 달라져 보이니까 고민을 많이 하며 연기를 했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특성상 그 고민에 파묻히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 본능적 감각으로 해결하려고 해답을 찾아갔다"고 말했다.쉽지 않은 영화이지만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다"고 자신한 조진웅. 그는 "제가 1차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는 충격적이었다. 너무 시나리오의 의존도가 높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언론시사회 때 본 버전은 너무 좋았다. 전달해야 되는 시퀀스들도 명확하게 찍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했던 제 영화의 만족도를 별점으로 평가하자면 항상 별 10개중에 6~7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끝까지 간다'가 최고점으로 한, 8개 정도였는데, '사라진 시간'도 그 정도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하루아침에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극중 형구의 이야기를 하며 "물론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적으로 진짜 일어나는 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내가 원하는 삶이 A지만 B로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진영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는 17살 때부터 영화 연출이 꿈이셨다, 연출부로 영화에 참여하다가 배우가 펑크 나서 대타로 연기를 하게 되고, 이후 쭉 배우로 살게 되신 케이스인데 그래서 더욱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형구처럼 남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 하는 나의 괴리감을 느낀 적은 없냐고 질문하자 "저 또한 그런 것으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배우들은 다른 캐릭터의 삶을 사는 존재이기에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내 본질적인 모습과 다른 캐릭터를 맡으면 그 캐릭터의 성정을 배워나가기도 한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자기화 시키려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캐릭터에 대해 배워가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과 '뿌리 깊은 나무'를 병행하며 촬영했었는데, '범죄와의 전쟁' 촬영장에 가면 막 자세도 껄렁껄렁해지는데 '뿌리 깊은 나무'에 오면 나도 모르게 자세를 가다듬게 되더라"고 덧붙였다.이어 '하루 아침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냐'고 묻자 조진웅은 "배우가 안 되었다면 여행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이라서 좀 그렇다. 그냥 배우만 아니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은 쉬운 직업이 아니다. 사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은 다 힘들다. 모든 일을 한 20년 정도 하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나 고민을 한번쯤은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제가 연극을 20살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고 있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똑같은 과정을 거쳐 가고 있는데, 이런 일을 20년을 넘게 하다보면 자연스레 지치게 된다. 그래서 저는 한 가지 일을 오래하는 분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 해 단편 영화 연출을 맡아 촬영을 완료하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라는 조진웅. 그는 정진영 감독의 '사라진 시간'에 참여하면서 장편 영화 연출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도 새겼다고 말했다. "정진영 감독님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나도 장편 영화 연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부분에서 좋은 귀감이 되었다. 동료들 중에서도 연출 작업을 했던 배우들이 계신데 그분들 모두 저에게는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정진영 감독과 함께 하면서 배우 겸 감독의 장점을 더욱 잘 느끼게 됐다는 그는 "배우 겸 감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다"며 "소통이 편하다. 그리고 감독님도 지금 배우들이 가려운 부분을 너무 잘 아신다. 일반 감독님들을 보면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설계도를 보면서 설명하는 느낌인데 배우 겸 감독님은 감각적으로 바로 소통이 가능하다. 저 또한 배우이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 그런 부분이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영 감독이 메가폰을 '사라진 시간'에는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신동미, 이선빈 등이 출연한다. 오는 18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