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일주일 만에 아들 얼굴 보니 좋네요. 정말 길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어느날 덜컥 떠맡게 된 1군 사령탑, 부임 다음날 떠나야했던 원정길, 길었던 연패의 끝.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 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쁜 일주일을 마치고 집을 찾았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다. 갑자기 1군에 올라오는 바람에 지난주 집에 오질 못했다. 휴식일에 아들 얼굴 보러 집에 왔다"며 웃었다.
이제 닻을 올리고 자신의 첫 항해를 준비중인 최 대행의 속내가 궁금했다. 35년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악몽을 떨쳐낸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부임 직후 최 대행의 선택은 과감한 '물갈이'였다. 무려 10명의 선수를 1군에서 말소시키고, 젊은 선수들을 콜업해 선수단을 대폭 개편했다. 팀에 활력이 돌아왔고, 그 결과 지난 14일 정규시즌 연패 숫자를 18에서 끊는데 성공했다. 드라마 같았던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도 퓨처스 출신 노태형이었다.
하지만 '산넘어산'이다. 이번주엔 2위 LG 트윈스와 1위 NC 다이노스를 연달아 만난다. 최 대행은 '여기서 LG, NC를 만난다'는 말에 "우리한테 강팀 아닌 팀이 있나요. 지금 우리가 최하위인데"라며 웃었다. 너털웃음 한켠에 아직 가시지 않은 18연패의 피로감이 짙게 묻어났다.
"팀 전체적으로 경쟁 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퓨처스에서 잘하면 1군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올라와서 잘하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머무는 선수도 있고, 다시 내려간 선수도 있지만 선수단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메시지가 됐을 거예요."
노태형은 끝내기 안타 직후 인터뷰에서 '2군 시절 코치님들과 1군에서도 함께 할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고 발했다. 최 대행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전 초짜 사령탑이다. 옆에 경험 많은 정경배 수석, 송진우 투수 코치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저와는 쭉 호흡을 맞춰온 분들이다. 두 분의 조언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시즌 개막 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한화를 단연 최하위 후보로 꼽았다. 객관적 전력 면에서 타 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세다.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인 수가 필요하다. 어느덧 지난 8일 1군에서 말소됐던 베테랑들의 복귀 타이밍이 다가온다.
"컨디션이 회복됐다면 안 부를 이유가 없죠. 베테랑이든 신예든, 감각이 좋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야 이길 수 있으니까요. 승리는 데이터를 근거로 확률을 높여가는 과정, 그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 대행의 데이터 야구는 일단 '연패 탈출'이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아시아 프로야구 사상 최다 연패 위기였던 두산과의 시즌 2차전에 김범수, 3차전에 워윅 서폴드를 투입한 선택이 멋지게 들어맞았다. 정우람을 조기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연패 탈출에 성공한 한화는 이어진 3차전에서도 아껴뒀던 서폴드의 호투를 앞세워 2연승을 내달렸다.
최 대행은 승리의 조건으로 '소통'과 '협업'을 강조했다. 데이터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최 대행의 지론이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데이터와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코치들의 평가가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것. 1군 코치들 외에 퓨처스 감독을 대행중인 전상열 코치와도 긴밀한 소통을 나누고 있다.
타선에서는 최근 5경기 15타수 6안타, 17타수 6안타로 부활한 김태균과 최재훈이 든든하다. 이용규 역시 끈질긴 투혼으로 팀을 이끌었다. 다만 외국인 선수 제라드 호잉의 긴 부진이 부담스럽다.
최 대행은 "주전 선수들의 의견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4일에도 하루 10이닝 넘게 뛰는 건 힘들 것 같아서 두번째 경기에는 다른 라인업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전들이 출전을 자청해 거기에 따랐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주전들이 라인업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명확하다. 최고의 경기력을 내기 위한 조합을 하나하나 찾아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독수리가 비상할 수 있을까. 최원호 감독 대행은 '18연패' 감독이 아닌 '2승4패' 감독이다. 사령탑 데뷔 첫주에 2승 4패면 나쁘지 않은 신고식이다. 최원호표 '뉴 한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