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그것과 같은 축복은 없다. 하지만 그런 행운을 얻은 자는 그리 많지 않다.
투수와 타자를 오갔던 SK 와이번스 강지광의 마지막 선택은 '잘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난시즌을 마친 뒤 타자로 돌아갔던 강지광이 다시 마운드에 선다.
SK에 따르면 강지광이 지난달 8일 두산 베어스와의 퓨처스리그 경기 후 다시 투수를 하기로 마음을 바꿔 그동안 피칭 훈련을 해왔다. 강지광은 16일부터 열리는 퓨처스리그에 투수로서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강지광의 야구인생은 참 독특했다. 투수와 타자를 오가면서 정착하지 못했다. 인천고 시절 투수 유망주였던 강지광은 2009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뒤 야수로 전향했다.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몇번이나 기회를 얻었지만 번번히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온 뒤 투수로 돌아왔다.
2018년에 4경기에 등판한 강지광은 지난해엔 25경기서 2승4패 6홀드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투수로서 자리를 잡는 듯했다. 150㎞의 힘있는 빠른 공은 확실히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어깨 통증으로 6월 16일 인천 NC 다이노스전 이후 재활군에 머물렀다.
치료와 재활을 해 병원 검진 결과 이상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강지광은 계속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그러면서 강지광은 여전히 남아있었던 타자로서의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시즌 막판 다시 타자로 돌아가겠다고 코칭스태프에게 의견을 전달했고, 올시즌을 외야수로서 준비를 했다. 청백전에서 하재훈으로부터 홈런을 뽑아내기도 했던 강지광은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다시 심경의 변화를 맞이했다.
SK는 외야진이 두터운 팀이다. 현재 부상자들이 있긴 하지만 김강민 정의윤 한동민 고종욱 노수광 정진기 최지훈 등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여기에 강지광이 들어갈 자리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강지광 역시 타자로 준비를 하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타자보다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코칭스태프의 평가대로 투수를 하기로 마음을 고쳤다. 현재 SK의 팀 구성상 외야수보다는 중간 계투가 강지광이 뛸 수있는 기회가 더 많다. SK가 아직 필승조를 포함해 중간계투진이 확실하게 갖춰진 상황이 아니고, 좋은 투수들이 많다고 해도 투수는 언제나 필요하다.
강지광의 올시즌 타자로서의 성적은 퓨처스리그 4경기서 15타수 6안타였다. 한달 넘게 투수로 준비를 했던 강지광은 실전 등판을 앞두고 자신의 SNS를 통해 "가족과 팀을 위해 뛸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투수를 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코치진과 구단, 모든 선수 동료와 팬들께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밝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