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불펜의 미래 김윤수(21). 그가 달라졌다.
이달 들어 부쩍 씩씩해졌다. 제구 불안으로 볼넷을 남발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빠른 구위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오승환이 1군에 합류한 6월1일 이후 6경기에서 6⅓이닝 2실점(2.84). 실점은 KT 로하스에게 맞은 투런 홈런이 전부였다. 피하지 않고 좋은 코스에 패스트볼을 찔러넣다 맞은 결과였다.
삼성 직원의 귀띔, '오승환 선수가 오고나서 윤수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궁금했다. 김윤수를 만났다.
"캐치볼을 하는데 '154㎞가 나오면 더 빠르게 던지려고 노력해야지, 거기서 만족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제 장점을 더 살릴 생각입니다."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가진 힘을 다 써봐야 자기 극한을 알고 제대로 쓸 줄 알게 된다.
오승환(38)의 야구 인생은 도전의 역사였다. 투수 치곤 크지 않은 신장(1m78), 일찍 찾아온 팔 수술 등 역경을 노력으로 극복했다. 선천적인 체구의 대형 투수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 넣으며 흘린 땀방울에 있었다. '투수가 근육을 키우면 안된다'는 일부 우려에도 그는 묵묵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힘을 키웠고, 어마어마한 악력으로 공을 찍어 던지며 타자를 압도해 가기 시작했다.
크게 성공했지만 단 한번도 안주는 없었다. 더 빠른 공, 더 묵직한 공, 더 볼끝 좋은 공을 향해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갔다. '살아있는 전설'의 탄생 비결이었다.
그 독한 집념을 친정 삼성에 빠르게 심고 있다. 과묵했던 돌부처 답지 않게 후배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그는 복귀 인터뷰에서 "일부러 여러 후배과 캐치볼을 바꿔가며 두루 하고 있는데 구종이나 손가락 그립 등을 많이 물어보더라"며 "그런데 너무 착한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일 정도다. 마운드 위에서는 착한 모습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투혼과 승부욕, 오승환이 바라는 후배들의 모습이다.
직접 소통이 전부는 아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살아 있는 교본이다.
김윤수는 "저희가 지켜보면서 감탄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세요. '그래서 저렇게 잘할 수 있구나' 생각이 절로 들죠. 저도 선배님 같은 묵직한 공을 던지기 위해서 러닝 등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마무리 우규민도 오승환 선배의 복귀 효과에 대해 "저 뿐 아니라 어린 선수도 큰 도움이 돼요. 캐치볼 부터 운동하는 방법까지 그냥 눈으로만 봐도 향상이 되거든요. 자기 것이 분명하게 있는 대투수니까요. 모든 투수가 승환이 형을 몰래 쳐다보고 지켜보면서 따라하고, 그러면서 구속도 많이 늘고 하죠. 영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확신했다.
오승환 복귀 효과. 직접적 가세 만이 전부는 아니다. 삼성 마운드의 미래에 미치는 간접적 효과는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그의 복귀와 함께 삼성 마운드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최강 삼성' 수식어가 어울렸던 왕조 시대의 중심 오승환. 7년 만에 돌아온 그가 새로운 왕조의 시대 개막의 밑거름을 자청하고 나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