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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스토리]박찬도, 운명의 기로에서 유한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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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외야수 박찬도(31)는 요즘 출근길이 즐겁다.

하루하루 라이온즈파크에 쏟아붓는 땀방울이 새롭고 소중하다.

"달라진 점이요? 생각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많이 들었는데 올해는 확신이 생겼어요. 진짜 자신 있게 하루하루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야구장에서 쏟아붓고 있습니다."

14일 KT전을 앞두고 라이온즈파크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박찬도는 이렇게 말했다.

벤치에 앉을 때도 특유의 '힙' 한 세리머니 유발자로 동료 선수들 응원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우리 팀이 백업선수 역할이 중요해졌잖아요. 백업 후배들하고 이야기했어요. 우리가 잘 해야한다고…. 우리의 세리머니도 만들고 시합 나가서 그거 하자고 했어요. 적응 못하고, 쑥스러워 하지 말라고…."

박찬도,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힘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다.

지난 13일 KT와 더블헤더 1차전 승리의 주역은 박찬도였다. 선발 데스파이네에게 꽁꽁 눌리던 삼성은 강민호의 동점 홈런 후 들불처럼 살아났다. 그 중심에 박찬도가 있었다. 2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로 역전 결승타를 날렸다. 끝이 아니었다. 구자욱의 안타로 3루를 밟은 그는 살라디노 타석 때 포수가 공을 살짝 옆으로 흘리는 사이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해 3득점 째를 올렸다. 승리를 이끈 천금 같은 타점과 특점이 박찬도의 배트와 발에서 나왔다.

지금의 활기참이 과거에도 그랬던 건 아니다. 불과 1년 전, 야구 인생에 심각한 위기가 있었다.

"사실 야구를 관두려고 했거든요. 나이도 많아졌고, 결혼도 했는데(2018년 말), 실제 아내한테 관둔다는 얘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잡을 '지푸라기'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KT 유한준 선배가 떠올랐다. 일면식도 없는 모르는 사이. 박찬도는 절망의 시간에 왜 유한준을 떠올렸을까.

"삼심대 초반에 꽃을 피운 대졸 선수잖아요. 궁금했어요. 그래서 최태원 코치님께 연락처를 받아 무작정 연락을 드렸죠. 흔쾌히 저녁 먹자며 시간을 내주시더라고요. 정말 멘탈에서 훈련방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여쭤봤죠. 힘을 얻고 큰 도움이 됐어요. 특히 선배님께선 자신도 부정적이었면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야구를 해야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셨어요. 기술적으로는 센터와 피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고요. 제가 작년에 2군 내려갔는 데 '힘내라'고 연락 오시더라고요."

간절함이 이끈 유한준과의 만남. 박찬도를 다른 사람으로 이끌었다. 귀를 열고, 긍정적인 오픈 마인드가 됐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타이밍, 궤적 모두 바꿨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김용달 타격코치는 미리 오른 다리를 당겨 놓고 배팅을 시작하는 이정후식으로 타이밍을 잡는 방식으로 타격폼 변화를 권했다. "보완하면서 몸으로 느꼈거든요. 지금은 확신이 생겼어요." 후배든, 선배든 누구의 것이라도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자기 것을 만든다.

손목을 감아 무리하게 당겨치는 아웃앤인 스윙도 바꿨다. 결대로 투수와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인앤아웃 스윙으로 변신중이다. 유한준 선배의 조언이었다. 실제 박찬도는 14일 KT전에서도 교체출전해 가볍게 밀어 좌전안타를 뽑아냈다.

대졸 신인으로 2012년 입단한 9년 차 선수. 남들보다 늦었지만 더 알차게 오래갈 잔치가 시작될 조짐이다.

늦게 핀 꽃의 향이 은은하게 더 오래간다.

유한준이 그랬다. 이제는 박찬도 차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