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제' 조훈현 9단이 '바둑여제' 최정 9단과의 복귀전에서 불계패했다.
13일 서울 성동구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조훈현 9단 복귀 특별 대국 '화려한 귀환, 돌아온 황제 조훈현' 이벤트에서 조훈현 9단이 최정 9단에게 177수 만에 돌을 던졌다.
지난 30일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바둑계로 복귀한 조훈현 9단은 9살의 나이로 입단해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회) 및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 기록을 보유한 한국 바둑의 전설적인 존재다. 조 9단은 국내 기전을 전부 석권하는 전관왕을 3차례(80년 9관왕, 82년 10관왕, 86년 11관왕) 달성하고, 후지쓰배ㆍ응씨배ㆍ동양증권배 우승으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세월의 무게를 이겨 내지 못했다.
상대인 최정 9단은 여자기사 최연소(21세 3개월) 및 최단 기간(입단 이후 7년 8개월) 입신에 등극한 여자랭킹 1위 기사. 국내 여자기사 중 최다 타이틀(17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정 9단은 지난해 궁륭산병성배ㆍ오청원배ㆍ천태산배ㆍ황룡사배 등 메이저 세계 여자 바둑 대회를 석권하고, 국내대회인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ㆍ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도 우승하는 등 명실상부 여자 바둑 최강자임을 입증한 바 있다.
국후 인터뷰에서 조훈현 9단은 "좌변 끊은 수(백118)가 선수인 줄 알았는데 실수였다. 그런대로 판을 짰는데 단순한 착각으로 바둑을 그르쳤다. 승부처에서 감이 흐려졌다"면서 "최정 9단이 원래 셌지만 지금은 더 강해졌고 상대적으로 저는 더 약해졌다. 1∼2년 정도 쉬고 예전 감각을 찾아 다시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정 9단은 "4년 동안 고생하고 돌아온 조훈현 사범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전설 앞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