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 삼성-키움 전이 막 끝났다. 삼성의 6대3 승리.
코로나19로 취재진의 그라운드 접근권이 제한되는 시기. 슈퍼캐치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온 박승규와 결승 홈런 포함, 3안타로 맹활약 한 박해민의 인터뷰가 경합했다.
어려운 선택. 결국 두 선수 모두 만나기로 했다.
저벅 저벅, 복도에서 쇠징 소리가 났다. 누구일까. 열리는 문. 슈퍼 캐치의 주인공 박승규였다.
뒤를 이어 '캡틴' 박해민이 들어왔다. 흙 묻은 유니폼을 입은 채로 취재진과 섞여 앉았다.
박승규에게 물었다. 코너가 편하냐, 외야가 편하냐. "둘 다 자신 있지만 코너가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박승규 인터뷰는 길지 않았다.
뒤를 이어 박해민이 단상에 앉았다. 그의 유니폼 앞 Lions 로코에는 흙먼지가 가득했다.
그의 유니폼에 묻은 흙. 훈장 같은 약속의 징표였다. 그는 지난달 23일 부터 지난 4일까지 보름간 경산을 다녀왔다.
머리가 복잡했다. 남들 이상으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배팅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고심이 깊던 차. 2군행이 결정됐다. 절치부심. 전화위복이 됐다.
캡틴은 퓨처스리그에서 잊을 수 없는 두 지도자를 만났다. 오치아이 감독과 김종훈 타격코치였다.
퓨처스리그 오치아이 감독의 한 마디는 혼란스럽던 박해민에게 충격을 던졌다.
"저에게 최근 수 년간 유니폼 깨끗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한마디가 제게는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 1군으로 올라가는 날, 제게 약속 하나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항상 유니폼이 흙먼지로 더러운 상태에서 경기를 마쳤으면 좋겠다'고요."
가슴속 깊이 새겼다. 실제 이날 박해민의 유니폼은 흙먼지 투성이였다. 첫 타석 역전 투런포를 날려지만 후속 두 타석에서 안타로 출루한 뒤 도루까지 성공하느라 생긴 영광의 흔적이었다.
김종훈 타격 코치는 고민이던 타격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팁을 전수했다.
"원래 제가 대기 자세에서 팔이 몸하고 멀었거든요. 김종훈 코치님께서 이럴 때 상체는 아예 신경 쓰지 말고 하체만 이용해 치라고 하시더라고요. 배트를 그냥 어깨 위에 편안하게 놓고 하체로만 치려다 보니 상체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좋은 타구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해민은 이날 결승 투런포 포함, 3타수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팀의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흙먼지 가득한 유니폼으로 인터뷰실읕 찾은 박해민. 오치아이 2군 감독의 진심어린 당부를 잊지 않고 수행하고 있는 그가 과연 어떤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