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드릴 말씀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게 따로 없습니다."
한용덕 감독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경기 직전 주력 코치 5명이 말소된 벤치마냥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한 감독은 지난 6일 장종훈 수석, 정민태 투수, 김성래·정현석 타격 코치 없이 정규시즌 경기를 치렀다. 대체 인력 없는 엔트리 말소였다. 엔트리에 없는 박정진 불펜코치도 짐을 쌌다. 남아있던 작전, 주루, 배터리 코치는 라인업 교환, 교체 선수 공지 등 사소한 엄무들을 나눠 맡았다. 투수부터 대타까지, 한 감독이 직접 챙겨야했다.
가뜩이나 팀은 프랜차이즈 사상 단일시즌 최다 연패(14연패)의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 새로운 코치들이 선임된 것은 경기가 끝난 뒤였다. 정경배 이양기 타격코치, 김해님 투수코치, 마일명 불펜코치가 1군에 올라왔다. 하지만 새로운 수석코치는 오지 않았다.
한 감독은 코치진 교체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한화 구단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감독이 직접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한 감독은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 '다양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 마디 해달라'는 요청에도 대답은 "드릴 말씀 없습니다"였다.
코치진은 바뀌었는데 감독은 자신의 판단인지에 대해 답을 거부하는 상황.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구단 측과는 답변의 디테일이 어긋났다. 앞서 구단 측은 "6일 오전 경기를 앞두고 엔트리 말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치들이 현장에 출근, 오전 훈련에도 참여했다는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한 감독은 기존 코치들의 말소 시점에 대해 "5일 경기를 마치고 결정했다"고 답했다. 서로 알고 있는 정보가 다른 것일까.
'연패스토퍼'의 기대를 받게 된 어린 김이환에 대해서는 "오늘 선발투수를 아직 못 만났다"는 무뚝뚝한 답변만 돌아왔다.
연패가 거듭되는 상황인 만큼 구 코치진 혹은 감독, 누군가의 '쇄신책'이 거부된 걸까. 혹은 한 감독의 독단적 결정일까. 한 감독은 그저 새롭게 콜업된 정경배-김해님 코치를 향해 "우린 내년 후년 계속해야 하는 팀이다. 지금은 좀 처져있지만. 2군에서 올라온 이들이 미래를 보고 변화를 줘야한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남겼다. 선발 김이환에 대해서는 "아직 오늘 선발투수를 못봤다"는 퉁명스런 답변만 돌아왔다.
타격, 투수, 불펜 코치 자리는 채웠지만 수석 코치는 여전히 공석이다. 한용덕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따로 이유 없다"는 답변만을 남겼다. 누군가를 향한 불만의 표출일까, 자신이 다 지고 가겠다는 마음일까. 성적 못지 않게 한화에도 '불통'은 여전하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