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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인터뷰]"은퇴 고민→타격 1위" NC 강진성, 데뷔 9년만에 맛본 '인생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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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시즌 마지막으로 후회없이 도전하려고 했어요. (안 되면)심판도 좋고, 지도자 생각도 있었죠."

NC 다이노스 강진성은 올시즌 거짓말 같은 인생 역주행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개막 전만 해도 은퇴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였다.

강진성은 올해 NC가 낳은 신데렐라다. 지난 5월 8일과 10일, 13일 대타로 3차례 출전해 홈런 2개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올해는 다르다'는 확신을 느낀 순간이다.

주전으로 발탁된 후에도 괴물 같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5일 한화 이글스 전에서 4타석을 채우며 마침내 규정 타석(83타석)에 진입했다. 타율 4할4푼3리. 더이상 장외 타격왕이 아니다.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 4할3푼8리)보다 5리 높은 명실상부 '타격 1위'에 올랐다. 타율 외에 출루율(5할)과 OPS(출루율+장타율, 1.286)도 1위다. 이날까지 멀티히트만 10차례 기록했다. '1위팀' NC의 주전 1루수다운 활약이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강진성의 얼굴에는 뿌듯한 기쁨이 가득했다. 그는 "솔직히 기분은 좋다"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 1위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현재의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뿐입니다."

경기 전 이동욱 NC 감독은 강진성을 '5월 상승세(리그 1위)를 이끈 선수'로 지목했다. 이 감독은 "강진성은 이제 매경기 자기가 당연히 선발 출전한다고 생각하더라. 평생 해온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는줄 몰랐을 것"이라며 웃었다. 강진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는 더 집중이 잘 된다"면서 "매경기 선발로 나가다보니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믿어주신 감독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정교함 뿐 아니라 펀치력도 돋보인다. 이날 강진성은 한화 김진영을 상대로 시즌 6호 홈런을 쏘아올리며 박병호 박동원(이상 키움 히어로즈) 김재환 최주환(이상 두산) 한동민(SK 와이번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강진성은 "김진영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많이 붙어봐서 자신있었다"며 밝게 웃었다. 이날 NC는 나성범과 강진성의 홈런포를 앞세워 한화를 12연패에 빠뜨리며 3연승을 질주했다.

눈부신 성취에 가려서 그렇지, 강진성은 주전으로 처음 발탁된지(5월 14일)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데뷔이래 벌써 프로 9년차 선수다. 고교 시절엔 전국 최고의 거포 내야수였지만, 타율 2할4푼7리 2홈런 14타점을 기록한 지난 시즌이 커리어하이였을 만큼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그와중에 포지션도 외야수와 3루, 1루, 포수까지 떠돌아다녔다. 올해 개막 전까지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야구를 평생 할 생각은 없었어요. 기회가 되면 (아버지처럼)심판이나, 지도자로 나갈 생각도 있었죠. 올해 마지막으로 후회없이, 한번 불살라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강진성의 아버지는 KBO 심판위원 강광회씨다. KBO는 최근 자체 내규를 마련해 두 사람이 홈플레이트에서 구심과 타자로 마주치지 않게 했다. 이날 강광회 심판은 3루심으로 아들의 맹활약을 지켜봤다. 강진성은 "경기장에서 만나면 아버지 아닌 심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NC의 간판스타 나성범은 강진성에 대해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하지? 싶을 만큼 노력하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강진성도 "나성범 형의 꾸준함을 배운 덕분에 올해 잘된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선수는 NC의 원년 창단 멤버라는 공통점도 있다. 강진성은 "제가 잘하는 해에 팀도 1위로 잘 나가니까 기분이 정말 좋다"며 남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강진성의 별명은 '1일1깡'이다. 매 경기 보여주는 빛나는 활약이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매일 보자는 밈(meme)과 어우러진 별명이다.

"별명까지 운이 따르는 올시즌인 거 같아요. 그 별명처럼 매경기 나가서 잘하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 1위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시즌 끝나고도 타격 1위, 팀 1위면 그때 좋아할게요."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