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일 수원 두산 베어스-KT 위즈전. 두산의 불펜 고민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다.
두산은 1~3회 공격때 타선이 대폭발하며 무려 10점을 뽑았다. 심지어 상대 투수는 등판 전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하던 KT의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였다. 데스파이네를 상대로 장타가 펑펑 터지며 10점을 얻어냈으니 사실상 일찌감치 경기 분위기가 두산쪽으로 기울었다.
여유있게 이기고있던 두산은 경기 후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다. 선발 유희관이 6이닝 4실점을 기록하고 물러난 후, KT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8회초까지 11-4로 앞서던 두산은 8회말 윤명준을 투입했다. 7점 차에서 필승조로 분류되는 윤명준이 등판한 것은 지난 지난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만, 여유있는 상황에서도 믿을만 한 투수를 내야 하는 팀 사정을 엿볼 수 있게 만든 대목이다.
그러나 계산과 달리 윤명준이 흔들리면서 8회에 3실점을 했고, 두산의 여유는 조금씩 사라졌다. 결국 최근 불펜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이현승까지 8회말에 올리고서야 이닝을 마쳤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이현승이 9회말까지 최소한의 실점으로 최대한 경기를 매듭짓는 것.
하지만 이현승은 2아웃을 잡고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였다. 결국 '실질적 마무리' 함덕주까지 마운드에 등판했다. 9회에 추가 1실점을 한 두산은 11대8로 진땀승을 거뒀다. '진땀승'이라는 단어 외에 이 경기를 표현할 적절한 단어는 없었다.
두산은 휴식일이었던 1일 이형범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마무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등판 때마다 부진을 거듭하자 내린 결정이다. 그리고 SK 와이번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승진을 2일 등록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함덕주, 이현승만으로 터프한 상황을 막을 수는 없다. 추가 자원의 합류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가장 합류에 임박한 투수는 김강률이다. 페이스를 더 완벽하게 끌어올리기 위해 2군에서 개막을 맞은 김강률은 최근 2군에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2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2⅔이닝 1실점을 기록하면서 경기 감각도 찾고 있다. 2군 전력분석원은 직구나 변화구에 힘이 조금씩 더 생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직구 구속이 140㎞초중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그래도 곧 1군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태형 감독은 "구속이 베스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게 도움이 된다. 밸런스가 괜찮다면 지금은 김민경이 올라와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김명신과 곽 빈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군 제대 후 2군에 합류한 김명신은 경기 감각을 찾아야 하고, 곽 빈도 한창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주춤한 상황이라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최근 박치국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희소식이다.
내색하지는 않아도 김태형 감독의 불펜 고민과 답답한 속내가 엿보인다. 두산은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