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한치 앞을 모르는 승부의 세계에서 '자신감'이라는 변수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치 레이싱카의 터보 부스트와 같은 효과를 준다. 이게 생기는 순간, 앞으로 쾌속 질주가 가능해진다. 지난 4라운드에서 '전승의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꺾으며 자신감이 확 붙은 강원FC의 질주가 예상되는 이유다. 젊은 선수들의 사기가 하늘높이 치솟았다.
강원은 올 시즌 가장 기대를 받았던 팀이다. 지난해 김병수 감독의 지도 역량이 빛나며 상위 스플릿에 안착한 데 이어 겨울 이적시장에서 매우 알차게 선수들을 보강하며 스쿼드의 깊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탓에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늘어난 점도 팀에는 호재였다.
그런 기대감은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3대1 역전승으로 현실이 됐다. 한층 단단해진 수비력과 날카로워진 공격력으로 '병수볼 시즌 2'가 화려하게 열리는 듯 했다. 그런데 이후 행보는 썩 좋지 못했다. 상주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0대2로 완패하며 기대를 저버렸다. 믿었던 수비 조직력이 와해되며 힘도 못쓰고 졌다. 이어 지난 5월 23일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홈경기에서는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승부였지만, 확 달라진 성남의 경기력이 좀 더 돋보였다.
이렇게 2, 3라운드를 통해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강원이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건 4라운드 전북 현대전을 통해서다. 전북은 3라운드까지 전승으로 순항중이던 '절대강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강원이 밀리는 상황. 하지만 강원은 터프한 수비력을 앞세워 이 경기를 1대0으로 이겼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경기였다. 이 승리로 강원은 리그 상위권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잠시 흔들렸던 자신감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본격적인 승수 쌓기를 통한 선두권 도전이다. 경기 일정도 괜찮다. 5일 열리는 5라운드 상대는 아직 승리를 따내지 못한 채 11위에 머물러 있는 인천이다. 인천은 임완섭 감독이 부임한 뒤 촘촘한 수비 축구 스타일을 앞세우고 있는데, 공격력이 너무 미약하다. 게다가 자랑이었던 수비력 또한 계속되는 상대의 공세에 지친 듯 점점 실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강원이 어렵지 않게 상대의 빗장을 열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강원은 이적생 김승대의 합류와 한층 경험이 쌓인 조재완 김지현 등으로 인해 공격진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지난해보다 득점 루트가 늘어나 여러 공략법으로 인천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천전을 통해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한다면 선두권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 자신감을 되찾은 강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