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과학자가 세계 처음으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파킨슨 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석·박사 졸업생이면서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광수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만성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으로 꼽히는데 국내에만 11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 분포하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떨림, 경직, 도보 이상 등 다양한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iPS) 기술을 이용해 면역 체계의 거부 반응 없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성인의 세포(성체세포)를 다시 원시 세포로 되돌린 역분화 줄기세포는 배아 줄기세포와 다르게 환자의 성체 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생명 윤리나 면역 거부 등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의 피부세포를 변형,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생성케 한 후 이를 환자의 뇌에 주입한 결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영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앞서 연구팀은 2011년 역분화 줄기세포 제작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해 파킨슨 병 동물 모델에 적용하는 실험에 성공한 뒤 2017년 환자의 뇌에 역분화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했다.
이후 2년 동안 PET(양전자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테스트를 거쳐 지난달 임상 치료에 성공했음을 밝혔다.
김광수 교수는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다"며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수행하면 향후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보편적 치료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의학 분야 저널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지난달 14일 게재됐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