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개콘'보다 정치가 더 재미있다"는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방송사의 지형도가 또 달라지고 있다. 탈정치화가 아닌 정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을 앞세워 시청자들을 유혹한 방송사들이 이제는 시사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그중 라디오가 이 변화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
MBC 표준FM의 간판 프로그램이던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33년 만에 막을 내렸다. 1973년 10월 8일 첫 방송을 시작했던 '싱글벙글쇼'는 허참, 송해, 박일, 송도순 등이 DJ를 거쳤고, 강석과 김혜영이 각각 1984년과 1987년 합류해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를 완성, 청취자들에게 큰 웃음을 전달했던 바 있다. 갑작스런 하차에 강석은 "청춘을 다 바쳤는데 정년퇴직하는 기분"이라고 했고, 김혜영도 "연예인이 아닌 MBC우먼이었다. 퇴직금 없이 정년퇴직하는 기분"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청취자들의 각종 사연으로 웃음 쏙 빼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싱글벙글쇼'지만, 강석과 김혜영이 떠난 자리를 MBC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채우려 했던 바 있다. 그룹 캔의 배기성과 방송인 정영진을 발탁해 시사쇼 느낌의 프로그램으로 만들려 했지만, 정영진이 과거 EBS '까칠남녀'에서 했던 혐오성 발언들이 논란이 되며 진행자 자질을 의심받은 뒤 MBC 허일후 아나운서가 자리를 채우며 프로그램의 성격을 바꿔나간 상황이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예능형 시사정보 프로그램"이라며 '싱글벙글쇼'의 새로운 성격을 정의했다.
33년 장수 프로그램이던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가 막을 내린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SBS도 칼을 빼들었다. SBS 러브FM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던 '김창열의 올드스쿨'이 15년 만에 갑작스러운 종강을 맞게 된 것. 2006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했던 '올드스쿨'은 1일 마지막 생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김창열은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달 27일 스포츠조선에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해왔던 방송이라 그런지 끝난다는 말에 '설마'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먹다가, 이제는 살짝 덤덤해진 상황이다. 요즘은 오래된 프로그램들도 어렵다. '싱글벙글쇼'도 그렇게 됐는데, 오래된 것을 떠나 개편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덤덤한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올드스쿨'이 떠난 자리는 현재 파워FM에서 송출되고 있는 '붐붐파워'가 동시 송출되는 것으로 자리를 채우고, SBS는 시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틈을 타 관련 프로그램들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뒤 4년 만에 방송인으로 돌아오게 된 이철희 소장의 '이철희의 정치쇼'를 신설했고, PD에서 DJ로 전직한 이재익 PD가 진행하는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도 송출되며 '시사 라인업'에 힘을 더했다.
최근 라디오계에서는 시사 프로그램들의 신설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라디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들고 전하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이제 신곡은 틀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온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으니, 어느새 라디오는 완전히 올드매체로 바뀌어버린 모양새다. 음악프로그램을 만들었던 한 작가는 스포츠조선에 "라디오 프로그램들도 한쪽으로 정리되고 있다"며 "청취자들의 연령층이 높아지다 보니 아이돌 등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줄여가고 있고, 반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며 개수가 점점 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60대들의 유튜브 콘텐츠 시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이 변화에 큰 바람을 불러왔다는 시선도 있다. 시사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라디오 작가는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정치쇼의 시청률이 날로 오르고 있고, 60대 이상 중장년층의 유튜브 정치 콘텐츠 시청이 늘어나는 것 역시 '올드미디어'인 라디오가 고령화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