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타구가) 시꺼멓게 날아가더라. 최형우 저리가라 할 정도의 타구였다."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스리런포를 포함해 4안타 5타점으로 팀의 7대2 승리를 이끌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낸 KIA 타이거즈 유민상(31)은 대선배 최형우를 콕 집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유있는 웃음이었다. 유민상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최)형우형 배트를 빌려서 쳤는데 좋은 결과가 이어지더라. 최근 잘 치니 배트를 다시 빼앗아 가겠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유민상은 롯데 선발 투수 박세웅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 안타를 만들면서 시동을 걸었다. 유민상은 4회말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터뜨리면서 예사롭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하이라이트는 6회말이었다. 팀이 1-2 역전을 허용한 6회말 무사 2,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유민상은 박세웅이 던진 초구(136㎞, 슬라이더)가 한 가운데로 몰리자, 미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쭉 뻗어간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됐다. 올 시즌 처음으로 터뜨린 이 홈런이 결승포가 됐다. 기세를 탄 유민상은 자신의 홈런으로 이어진 4-2 리드의 7회말 2사 만루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좌익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유민상은 "요즘 타격감이 워낙 좋아 아프지만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꽉 차 있었다.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와 그런 자신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경기부터 오늘 두 번째 타석까지 4타석 연속 안타였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앞에 2안타를 친 투수가 그대로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며 "외야플라이를 쳐도 1점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몸쪽 승부를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운좋게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원한 장타가 나와 막혔던 속이 뚫린 것 같다. 운이 좋은 날 아닌가 싶고, 더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고 돌아봤다.
최근 살아나는 타격감은 자신감에 도움을 주고 있다. 유민상은 "초반에 워낙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내 장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타격에 그친 것 같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형인 유원상(KT 위즈)와 맞대결한 것을 두고는 "처음엔 마운드에 오르는 줄 몰랐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형이더라. 감독님께 '우리 형'이라고 말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재차 형이라고 하니 '한방 쳐주고 오라'고 하셨는데, 플라이에 그쳤다"며 "형과 '올해는 꼭 붙어보자'고 했던게 8년째인데, 올해 이뤄졌다. 너무 좋아서 타석에서 두 번 정도 웃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고의 하루를 보낸 유민상은 더 높은 곳을 가리켰다. 그는 "오늘 최다 타점을 기록했으니, 다음엔 한 경기 최다 안타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