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상주상무, 선수들의 간절함이 만든 '3G 무패행진'

by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상주상무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쉽지 않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서류조차 통과하기 어렵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 전현직 국가대표, 연령별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이유다.

물론 상주에 합류한 선수 모두가 화려한 스펙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도 있다. 그야말로 '축구를 하고 싶어서' 기회를 찾아 상주에 지원한 선수도 있는 것이다.

간절한 이들에게 상주는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우리는 프로지만, 선수를 육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기회를 찾아 이를 악문 선수들. 그들의 간절함이 상주의 새 동력이 되고 있다.

상주는 올 시즌을 끝으로 K리그1(1부 리그) 무대를 떠난다. 이유가 있다. 상무는 지난 2011년 상주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연고 계약이 끝난다. 상무는 새 연고지를 찾아 떠나야 한다. 이 경우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K리그2(2부 리그) 무대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2020년 뚜껑을 열기도 전부터 예정된 강등. 일각에서는 '선수들 동기부여가 떨어져 하위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반대로 '두려울 것 없어 오히려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내다보는 쪽도 있었다.

변수가 발생했다. 개막을 2주 앞두고 선수 5명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 선수들은 대형버스와 승합차로 나눠 타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특히 김보섭(22) 오세훈 전세진(이상 21) 등 22세 이하(U-22) 선수 전원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상주는 U-22 규정을 채우지 못한 채 경기에 나섰다. 최종 엔트리는 18명에서16명, 교체카드는 3장에서 2장만 사용하는 패널티를 받고 경기에 나섰다.

개막전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막강 우승 후보로 꼽히는 울산 현대에 0대4 완패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를 악 물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상주는 최근 3경기에서 2승1무를 기록하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스포트라이트에서 '살짝' 빗겨있던 선수들의 간절함이 있었다.

올 시즌 상주의 뒷문을 지키는 황병근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6년 전북 현대에 입단한 황병근은 세 시즌 동안 리그 18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주 합류 뒤에도 윤보상(제주 유나이티드)에 밀려 단 2경기를 뛰었다. 올해는 다르다. 개막전부터 기회를 잡았다. 비록 울산에 4골을 허용했지만, 이후 세 경기에서 단 1실점만 기록하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비수 배재우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프로 입문 뒤 제주와 울산에서 36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상주에 입대한 뒤에도 단 4경기를 뛰었다. 올 시즌에는 개막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를 공고히 했다.

그동안 K리그2에서만 뛰던 안태현은 올 시즌 상주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를 흔들고 있다. 그는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부드러운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간절함은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주장 완장을 찬 한석종은 제대 뒤 새 소속팀을 찾아야 한다. 김진혁은 그동안 팀 상황에 따라 수비수와 공격수로 뛰었다.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상주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이들은 매 경기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팀에 헌신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는 간절함이 있다. 상주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야 소속팀으로 돌아간 뒤에도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팀 초반 상황이 좋지 않다. 아직도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한 발 더 뛰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