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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리포트]'아버지' 새기고 데뷔전 나선 롯데 샘슨, 웃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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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Dad(아버지).'

28일 부산 사직구장.

삼성 라이온즈전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의 모자 안쪽 귀퉁이에 새겨진 문구다.

이날 경기는 샘슨의 KBO리그 데뷔전. 자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으로 나서는 경기이기도 했다. 샘슨의 부친은 올 초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했다. 지난 2월부터 롯데 선수단에 합류해 줄곧 몸을 만들어왔던 샘슨은 지난달 말 병세가 위독해진 부친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라는 롯데 구단의 배려 속에 미국으로 일시 귀국했다. 부친이 임종한 뒤 장례 절차 참여 대신 재입국을 택한 샘슨은 2주 간의 자가 격리를 마치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 결과 올 시즌 KBO리그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늦게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샘슨은 격리 기간 구단이 마련한 특별 시설을 활용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던 자신을 향한 배려에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넘쳤다. 삼성전 등판을 앞두고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오늘 아버지와 함께 공을 던지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가중피로도를 고려해 이날 투구수 50개 내외에서 교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롯데 허문회 감독은 "샘슨이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샘슨은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면서 아웃카운트 세 개를 채웠다. 첫 이닝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남다른 동기부여를 안고 나섰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삼성의 방망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샘슨은 2회초 2사후 박찬도, 김헌곤에게 연속 2루타를 내주면서 첫 실점 했다. 3회를 삼자 범퇴 처리한 시점에서 투구수는 48개. 샘슨은 4회에도 투구 의지를 드러내며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후 이원석에 볼넷, 타일러 살라디노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주면서 2실점째를 기록했다. 허 감독은 59개의 공을 던진 샘슨을 불러들였다. 3⅓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샘슨의 KBO리그 데뷔전은 그렇게 마무리 됐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