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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 국제선 운항재개 '날갯짓'…업황 정상화까지는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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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국내 항공업계가 국제선 운항 재개를 통한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항공길이 조금씩 열린다는 소식에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존 운항 중단 상태였던 인천∼워싱턴·시애틀 노선을 다음달 1일부터 운항 재개한다. 또 인천∼밴쿠버와 인천∼토론토 노선에도 항공기를 다시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국제선 운항률이 10%대에 불과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총 110개 국제선 노선 중 25개 노선(주간 운항 횟수 115회)을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달부터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노선을 각각 주 3회에서 주 7회로 늘리고 미국 시애틀 노선도 운휴 77일 만에 재가동하는 등 17개 노선(주 61회 운항)을 운항한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잇따라 국제선 운항을 일부 재개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오는 7월 1일 부산∼홍콩·마카오 노선 재운항을 시작으로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8일 부산∼도쿄 항공편을 끝으로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지 4개월 만이다. 에어서울은 인천∼도쿄·오사카·홍콩·다낭 등 일부 국제선 노선에 대한 예약을 받기 시작했고, 제주항공은 현재 운항 중인 국제선 3개 노선에 더해 다음달부터 인천∼마닐라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다.

이 밖에 지난 15일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 심사에 따라 LCC 최초로 11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노선인 크로아티아(인천∼자그레브)를 배분 받은 티웨이항공은 다른 LCC와의 차별성을 위해 중대형 항공기 도입을 준비 중이다.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재개 '날갯짓'은 최근 유럽 일부 국가를 비롯한 해외 각국이 코로나19로 걸어둔 빗장을 조금씩 푸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베트남 정부는 오는 7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80개국 국민에게 전자비자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베트남 입국이 가능해 지면 태국, 캄보디아 등 인근 주요 관광국도 하늘길을 열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오는 6월부터 운용되는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항공업에 지원키로 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내 항공업계로서는 중국 하늘길 회복 여부가 관심사다. 중국은 여행과 상용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중국 노선 운항이 재개될 시 국제선 여객 수요 또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노선 회복이 국제선 수요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여행뿐 아니라 상용수요도 높아 일본, 동남아 등 타 지역 대비 여객 수요 회복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중국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사아나항공, 제주항공 3곳에 불과하다. 이들은 각각 인천∼선양, 인천∼장춘, 인천∼웨이하이 노선을 운항 중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확산 방지를 위해 자국 및 해외 항공사들에 대해 1사1노선 제한 조치를 단행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중국이 6월에 비즈니스 여행부터 외국인의 입국 제한을 완화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에 당초 다음달 중국 노선을 포함한 국제선 운항 재개 계획을 짰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다음달 계획에서 중국 노선을 제외한 상태다.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준비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업황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거 늘어난 데다 정부가 최근 우리 국민의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해 발령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다음 달 19일까지로 연장하는 등 아직 여객 심리 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여서 항공업계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이에 LCC들은 국제선보다 그나마 여객 수요가 있는 국내선에서 고객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수요가 많은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이 편도 9000원, 에어서울이 편도 5900원의 최저가 항공권을 내놓기도 했다. 김포∼부산 노선도 티웨이항공과 진에어가 신규 취항하는 등 경쟁이 뜨겁다.

이처럼 LCC들이 국내노선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유가하락으로 항공유 구매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변동비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국내선이라도 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특히 올 여름 해외여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국내로 몰리는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국내선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LCC 업계 간 '출혈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 포털에 따르면 지난 13∼27일 국내선 출·도착 운항 횟수는 1만3056회로, 작년 같은 기간(1만6807회)의 78%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 달 전(4월13∼27일) 국내선 출·도착 운항 횟수가 9466회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4배로 늘어났다. 다만 같은 기간 국내선 여객수는 179만517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77만9470명)의 65%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항공사들이 실제 수요보다 공격적으로 운항을 늘리는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국내선을 확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이 운항이 가능해지면 그 구간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