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저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치인의 딸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묵묵하게 해왔어요."
실종됐던 동생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가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침입자'(손원평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작). 코로나19 사태로 신작들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서 상업 영화로는 첫 번째로 개봉하게 된 '침입자'의 연출자 손원평(41) 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침입자'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번째로 개봉되는 국내 상업 영화 '침입자'는 지난 3월 12일 개봉을 확정한 뒤 제작보고회 및 주연 배우들의 예능 출연 등 홍보를 이어갔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홍보를 전면 중단하며 개봉을 변경해야 했다. 오랜 고민 끝에 두 달만인 지난 21일 다시 개봉하려 했지만 개봉을 코앞에 두고 이태원 클럽 사태라는 변수를 맞으며 다시 내달 4일로 개봉을 옮기게 됐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찾은 '침입자'는 전 세계 12개국 수출, 국내 25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아몬드'의 저자 손원평 작가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05) '너의 의미'(07) '좋은 이웃'(11) 등의 단편 영화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영화 내공을 쌓은 손원평 감독은 작가로서 필력을 인정받은 '아몬드'에 이어 '침입자'로 첫 장편 영화 연출에 도전, 특유의 세밀하고 빈틈없는 전개를 담아내며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펼치는 데 성공했다.
'잃어버린 아이 그리고 돌아왔지만 기대와는 다른 가족'이라는 테마로 손원평 감독이 무려 8년간 준비한 '침입자'는 가장 낯선 인물이 가장 친밀한 가족의 일원이 되며 펼쳐지는 현실적인 긴장감과 잃어버렸던 동생의 등장 이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사건들로 인한 의심과 불안,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촘촘한 서스펜스 구현, 침체된 극장가를 살릴 구원투수로 등극했다.
손원평 감독은 "개봉을 하게 돼 정말 감개무량하고 많이 떨린다. 나뿐만이 아니라 제작진 모두가 한마음이다. 우리 영화가 시작이기 때문에 우리가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현재 우리 영화의 성적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다. 모든 영화가 한마음이 돼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며 "개봉 일은 감독의 소관이 아니다. 영화는 여러 사람이 같이 만드는 것이고 개봉 일 정하는 것은 배급 담당자가 정하는 것이다. 그들을 믿고 신뢰하고 따르는 입장이라 이렇게 개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원평 감독은 손학규 전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차녀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손원평 감독은 "물론 나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치인의 딸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에 앞서 나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묵묵하게 해왔다. 우리 영화는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게 된 작품이라서 개인사에 대한 집중보다는 그저 작품에 대해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영화나 소설을 만들 때 어느 것 하나 한 번에,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소설도 오랫동안 습작을 했고 영화도 너무 힘들게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예전에 강윤성 감독이 한 시상식에서 '이렇게 늦게 데뷔할 줄 알았다면 영화를 안 했다'라고 소감을 말한 것을 들었다. 나도 마찬가지다"고 웃었다.
그는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게 정말 힘들더라. 영화는 너무 많은 사람의 'YES(예스)'를 받아야 한다. 배우나 제작진에게 모든 단계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상황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원평 감독은 '침입자'를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아이를 낳고 나니 뭔가를 할 수 없더라. 그래서 습작에 매진하게 됐다. 아이를 낳았던 그해(2013년)에 작품을 제일 많이 쓴 것 같다. 그때 약 20개의 작품을 썼고 매체, 장르 가리지 않았다. 정말 아이가 자는 동안 글만 썼고 미친 듯이 작품을 썼다. 그래서 다작을 정말 많이 했다"며 "물론 그렇게 쓴 다작이 대부분 실패했고 힘들었다. 그때는 글을 기계적으로 썼던 것 같고 심지어 동화, SF도 썼다. 그때 나는 정말 다양하게 변주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를 낳고 나서 스스로 혼란스럽더라. 아이를 돌보느라 여러모로 답답하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가 큰 기쁨을 주기도 했다. 그때는 가족이란 게 뭐고.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 의문을 작품에 투영한 것 같다. 내게 여러 영감을 준 시기였다"
이어 "'아몬드'가 성공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 상태였다. 사실 '아몬드'는 그렇게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느 순간 독자에게 많이 읽혀서 화제가 됐을 뿐이다. '아몬드' 출간한 뒤에도 나는 '침입자'를 개발하고 있었다. 계속 '침입자'를 고치고 개발하던 시기였다. '아몬드'는 출간 후 몇 년 뒤 알려졌고 예상보다 많은 사랑을 받아 기쁘긴 했지만 그 성공이 갑자기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때는 '아몬드'의 성공보다 '침입자'를 개발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안 되니까 어려웠다.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로서 여러사람에게 막히니까 관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끝내 영화라는 일이 관둬지지 않더라. 너무 싫은데 하고 싶었다"고 열정을 전했다.
손원평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에 대한 만족도 또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다. 다만 영화는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서 나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없는데 내가 우리의 작품에 대해 부끄러워하면 모든 스태프에게 누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감독의 이름으로 영화가 공개된다면 많이 아쉽기도 하도 서툴기도 했던 것 같다. 다만 연출자로서 최소한의 주제를 담보하는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거칠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차기작은 잘 모르겠다. 계속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나를 둘러싼 수식어는 중요하지 않다. 어렵게 원했던 일이고 어렵게 얻어낸 일들이다. 작가들은 늘 소설을 쓸 때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는 마음으로 쓴다고 하더라. 영화감독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부담을 갖고 작품을 만든다. 계속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연출에 대한 열정을 고백했다.
'침입자'는 송지효, 김무열, 예수정, 최상훈, 허준석, 서현우 등이 가세했고 소설가 손원평 작가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지난 3월 12일 개봉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차례 연기, 오는 21일 개봉을 잡았지만 이태원 클럽 사태로 인한 코로나19 증가로 6월 4일로 개봉을 다시 변경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