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프로 데뷔 7년만의 첫승. 이건욱은 밝게 웃었다.
SK 와이번스 이건욱이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데뷔 후 첫 1군 선발 등판을 나섰다. 이건욱은 두산 타선을 상대로 씩씩한 투구를 펼쳤다. 1회부터 5회 2아웃까지 14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5회 2사에 김재호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면서 '퍼펙트' 행진이 깨졌지만, 두산 타자들과의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공을 뿌렸다.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인만큼 첫 출루 허용 이후 무너지는 것을 염려했지만, 김재호 다음 타자 박세혁에게 볼넷을 내준 이건욱은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 이후 허경민을 외야 플라이로 처리하며 스스로 위기를 넘어갔다.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이건욱은 선두타자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정수빈이 친 타구가 좌익선상 흘러가는 3루타가 되면서 다시 위기에 놓였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1타점 적시타를 내줬다. 그때 벤치가 움직였다. 투구수는 73개에 불과했지만, SK는 불을 끄기 위해 김정빈을 투입했고 최주환 타석에서 병살타 유도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건욱은 5⅓이닝 3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경기 후 만난 이건욱은 "들어가기 전에 3이닝만 던지자고 생각했다. 아웃카운트 하나 하나만 신경썼다. 끝나고 나니 힘이 다 빠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어느 시점에 '퍼펙트'를 인지했냐는 질문에 이건욱은 "4회부터 보이더라. 전광판을 봤는데 '0-0-0'으로 돼있어서 알았다"면서 "퍼펙트가 깨진 후에도 이겨내려고 했다. 퍼펙트가 깨진 후에 주춤해서 볼넷을 내줬는데 다시 자신있게 던져서 마무리를 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첫 선발 등판을 앞두고도 너무 잘 잤다"는 이건욱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하려고만 하면 다치고 아팠다. 입단 후 7년 동안 야구를 제대로 한 것은 2년 뿐이다. 지금은 아프지 않은 자체로 기쁘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구단에 밥값을 해야한다. 계속 다치는데도 믿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 다른 팀이면 이미 포기한 선수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절친한 문승원이 이건욱의 첫승 기념구도 가장 먼저 챙겼다. 이건욱은 "가장 먼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다"면서 "연패 중이지만 팀 분위기는 워낙 좋다. 더 잘하고싶지만 또 오버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늘 하던대로 하겠다. 아프지 않고 오래 야구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