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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플레이어]화려함 속 불안했던 이학주, 안정감 속에 화려함의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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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삼성 이학주는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던 선수였다.

시즌 초 화려한 수비 능력에도 불구, 평범한 타구에 실수가 잦았다. 결국 19개의 실책으로 김성현(SK)에 이어 실책 2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입단한 첫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특유의 큰 제스처와 표정이 겹쳐 오해를 받았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즌 후 길어진 연봉 협상 줄다리기에도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 캠프 합류가 늦어졌다. 준비가 늦어지면서 몸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무릎에 통증이 왔고, 조기 귀국 했다. 경산 2군에 합류해 시즌을 준비했다.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팀 안팎으로 기대가 크지 않았던 시즌.

하지만 이학주에게 지난 겨울은 절치부심의 시간이었다. 지신을 향해 꽁꽁 얼어붙었던 시선을 견뎌내며 봄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준비된 자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 왔다.

개막 후 1주일 만에 1군에 선 이학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표정은 진지해졌다. 플레이도 섬세해졌다. 화려하게 처리하는 대신 차분하게 확실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13경기를 치른 26일 현재, 실책은 단 1개. 그 하나 마저도 지난해 실책들과는 결이 달랐다. 지난 17일 수원 KT전 2회 2사 만루에서 조용호의 내야안타성 느린 타구를 아웃시키려 최선을 다하다 나온 송구 실수였다.

타구 하나하나를 최대한 차분하고 안정되게 처리하려는 모습. 그 가운데 종종 큰 박수를 자아내는 화려한 수비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폭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안타성 타구를 척척 건져올린다.

공인구 반발력이 심상치 않은 올시즌. 강해진 타구에 내야수들은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신 앞에서 강하게 튀어오르는 숏 바운드는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이학주는 다르다. 벌써 두번이나 그런 강습 안타성 타구를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해 타자주자를 아웃시켰다. 21일 LG전 이천웅의 타구를 넘어지면서 숏바운드 처리해 아웃시킨 것이 첫번째.

26일 롯데전도 감각적 핸들링이 빛났다. 0-0 팽팽하던 8회말. 선두 민병헌이 친 강한 타구를 몸을 옆으로 돌려 숏바운드로 캐치한 뒤 한바퀴 돌아 재빠르게 1루에 송구했다. 발 빠른 타자 주자 민병헌이 1루 근처에도 못 갔을 만큼 물 흐르듯 빠르게 이뤄진 멋진 호수비. 이학주 수비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난 16일 KT전 2회에는 1사 2루에서는 김민혁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캐치해 한바퀴 돈 뒤 1루가 아닌 3루로 뿌려 오버런 된 주자 심우준을 잡아냈다.모두의 예상을 깬 창의적 플레이였다. 호수비 묶음 하이라이트에 단골로 나올 만한 멋진 장면이었다.

동갑내기 친구 김상수와 펼치는 키스톤 플레이도 2년 차를 맞아 더욱 안정감이 넘친다.

이학주는 지난 24일 대구 두산전을 마친 뒤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 오프 시즌 중 영상을 보며 수비 공부를 많이 했다"고 달라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평범한 볼을 놓쳐 지적을 받았는데 어려운 바운드든 쉬운 타구든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타석에서도 약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비록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찬스에 강한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13경기에서 10타점. 이원석과 함께 팀 내 타점 2위다.

데뷔 첫해, 화려함 속에서도 불안했던 이학주. 그가 변했다. 안정감 속에 화려함을 더하며 성공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