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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감정 속 첫 맞대결, 제주와 부천은 더 뜨거운 관계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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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앞으로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다."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부천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4라운드 경기.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K리그2 경기였지만, 열기는 후끈했다. 경기 전, 후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경기였다.

그럴만한 스토리가 있다. 부천을 홈으로 쓰던 제주의 전신 부천 SK는 2006년 갑작스럽게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다. 부천 팬들은 '야반도주'라며 분노를 표출했지만, 제주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부천은 이듬해 시민구단 부천FC를 창단시켰고, 2012년 K리그2에 입성하며 제주와 맞붙는 날만을 기다렸다. 제주가 지난 시즌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며 K리그2에서 만나게 됐고, 부천의 13년 기다림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경기 전 부천 서포터가 제주전 필승 의지를 전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고, 양팀 선수단도 이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맞섰다. 특히 팬들의 아픔을 달래줘야 하는, 도전자 입장의 부천의 투지가 훨훨 타올랐다.

팽팽했던 승부, 결과는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주민규의 결승골로 제주가 1대0 신승을 거뒀다. 90분 내내 거친 몸싸움이 이어지는 등 열기가 뜨거웠고, 극적인 승부로 팬들에게 보는 재미까지 선사했다.

부천팬들 입장에서는 해묵은 감정이 쉽게 사라질 수 없겠지만, 이런 라이벌 관계가 많이 만들어져야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양팀 감독과 선수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제주 남기일 감독은 현역 시절 전성기를 부천에서 보낸 장본인. 그는 "경기 전 만감이 교차했다. 추억이 많은 운동장이다. 내가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부천과 또 붙어야 한다. 부천도 제주도 서로 잘되는 좋은 경쟁 상대가 됐으면 좋겠다. 제주와 부천이 더비 주인공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는 건 좋게 생각한다. 앞으로 두 팀의 경쟁이 더 뜨거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부천 송선호 감독은 "13년 만에 처음 치른 제주전에서 패해 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다음 경기는 꼭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준비하겠다. 많은 분들께서 두 팀을 라이벌로 생각해주신다. 라이벌 구도로 축구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쭉 이 관계가 유지됐으면 한다. 축구에 대한 발전,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무관중이 아닌, 팬들 앞에서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다. 오는 9월 부천에서 양팀의 경기가 한 번 더 열린다. 그 때 팬들이 들어찬다면 첫 맞대결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경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남 감독은 "응원이든, 야유든 팬들의 성원이 선수들에게는 힘이다. 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승골의 주인공 제주 주민규는 "부천팬들이 열정적인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상대팀 팬들의 야유도 동기부여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팬들이 있으면 더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