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K-좀비 열풍, 다시 시작됐다.
할리우드, 혹은 서구권 영화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좀비가 아시아 영화계에서 활발히 제작되며 새로운 기류로 자리 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2017년 개봉해 국내 1156만 관객을 동원했을 뿐만 아니라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세계인의 박수를 받은 '부산행'(연상호 감독)을 시작으로 한국의 좀비물, 이른 바 K-좀비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장르 영화팬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이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좀비물이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인기에 편승에 갑자기 쏟아진 좀비물에 대한 피로감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몇몇 작품으로 인해 좀비물에 대한 기세가 한풀 꺾였던 것도 사실. 하지만 2020년 다시 K-좀비 열풍 시작되고 있다.올해 다시 시작되는 K-좀비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 작품은 3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2'다.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한국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킹덤'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K-좀비 열풍을 이끌며 미국의 대표적인 좀비 드라마 시리즈 '워킹데드'와 비견되며 K-콘텐츠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시즌2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으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는 극중 상황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비교되며 더욱 집중조명됐다. '킹덤'은 국제 TV프로그램 시상식인 국제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여우주연상(주지훈, 류승룡, 배두나)에 출품돼 수상까지 기대케 하고 있다.
'킹덤'이 쏘아올린 올해 좀비 열풍의 바통은 영화 '반도'와 '#살아있다'가 이어받는다. 두 영화 모두 코로나19로 위축된 극장가에 활기를 되찾아 줄 대표적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여름 개봉하는 '반도'는 K-좀비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행'의 속편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예고편이 공개되자 유튜브에는 전 세계 관객들이 직접 제작한 '예고편 리액션' 영상이 쏟아져 '반도'를 향한 세계적 관심을 입증해 보였다. '반도'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강동원, 이정현 등이 주연을 맡았다.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는다.6월 말에는 좀비 스릴러 '#살아있다'(조일형 감독)가 관객을 만난다. 유아인과 박신혜, 두 스타의 만남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이 작품은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와이파이·문자·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 영화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주인공 준우의 이름으로 개설된 인스타그램을 '생존스타그램'으로 홍보하며 개봉 전부터 젊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유도하고 있다.
'킹덤'으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다시 한번 좀비물 제작에 나섰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매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며 큰 인기를 끌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또한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 영화 '완벽한 타인' 등 매 작품마다 신선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내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