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꼭꼭 숨어 있다가 유명 연예인들의 투병이 소개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온 안과질환이 바로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고령일수록 생길 확률이 높은 노인성 안질환이다. 사물을 보는 기능의 90%를 담당하는 망막의 중심부가 손상돼 시야 중심부가 보이지 않고 주변부 시야만 남아 결국 얼굴이나 글씨를 알아 볼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
황반변성이 무서운 이유는 실명으로 이어지기 쉬운데도 '자신에게 황반변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망막학회 조사에서 치료를 위해 안과를 찾은 습성 황반변성 환자 6명 중 1명이 실명 판정을 받는다는 사실은 지각발견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황반변성의 발견이 늦어지는 데는 아직도 질환의 인지가 부족하고 환자 대다수가 발병초기에 노안증상과 혼동을 하는 것도 원인이다. 눈이 침침하고 불편감이 커지는데도 '나이가 들어서 그러려니'하고 지내다가 증상이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황반변성을 어떻게 하면 쉽게 인지할 수 있을까?
주변 지인이나 병원을 방문한 일반 환자에게 꼭 권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욕실 타일이나 바둑판을 주기적으로 보라는 것이다.
황반변성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네모 반듯한 모양의 욕실 타일이나 바둑판, 건물모양이 특징적으로 휘어지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한 쪽 눈씩 가리고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다. '시야의 일부분이 사라져 안 보이는지, 뒤틀렸거나 희미한 부분은 없는지, 선이 물결모양으로 굽이쳐 보이지는 않는지'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경고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 망막단층촬영(OCT) 등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정기적인 체크가 필수다. 황반변성은 백내장이나 노안과 달리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에 어려움이 있다. 증상이 확인되면 망막 손상 정도에 따라 레이저치료, 광역학요법, 항산화비타민 요법, 미네랄 등 다양한 치료가 동원되며, 최근 주사치료로 인해 시력 손실의 위험이 크게 줄었다.
실명을 부르는 갱년기 안질환 황반변성.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오늘부터 당장 담배를 끊고 선글라스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흡연은 황반변성의 유력한 유발요인이면서 증상 악화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눈 노화가 본격 시작되는 40세 이후 금연은 필수다.
녹황색 채소나 항산화 영양제 못지않게 선글라스 착용도 황반변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40세 이후 눈 노화가 본격화되는 중년, 노인 일수록 선글라스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중년들의 선글라스는 녹색이 좋다. 자외선 차단효과가 크고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때문이다. 너무 짙은 색은 동공이 커져 오히려 더 많은 자외선을 받아들이므로 피해야 한다. 아주 진한 것보다는 70~80%정도 농도가 적당하다. 나이든 중년이 일상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아직 낯설지만 이는 꼭 개선되어야 한다. 황반변성 같은 치명적인 눈 질환을 예방하는 일 앞에 체면이나 멋쩍은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도움말=전주 온누리안과병원 이종환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