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우린 너의 구위만 본다."
SK 와이번스 리카르도 핀토가 점점 한국 야구에 적응해가고 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이나 수비에서의 아쉬운 상황에서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그게 결과에 나쁜 영향을 끼쳤던 핀토가 점점 반응을 줄이면서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핀토는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서 7이닝 동안 13안타를 맞고도 단 2실점만 하는 놀라운 피칭을 했다. 2실점 중에서도 1점은 실책이 동반된 점수라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다. 볼넷이 1개밖에 없었던게 대량 실점을 막은 이유 중 하나. 또 한번에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아 득점권 상황이 7번 밖에 없었고, 그 중 3안타를 맞았는데 2개만 1점씩 이어졌다. 1회와 3회에 위기가 있었을 뿐 4회부터는 큰 어려움 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실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1회와 2회엔 수비에서 미스 플레이가 나와 핀토가 흔들릴 수 있었다. 핀토는 13일 잠실 LG전서 2회에만 8점을 줬고, 19일 키움전에선 1회에 6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당시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더해져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당시 핀토의 얼굴엔 상황에 따른 표정 변화가 뚜렷했다. 상황 하나 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핀토는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도 잘던지다가 한번에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보여줬다. SK 측은 핀토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어 그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고 했다.
SK는 핀토의 심리적인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구위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너무 잘하려는 마음을 줄이려 애썼다.
SK는 13일 LG전 이후 핀토에게 조언을 건넸다. SK측이 핀토에게 말한 핵심은 "우린 너의 구위가 통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승패나 평균자책점보다 너의 구위가 통하는지가 재계약을 결정짓는 핵심이 될것이다"였다.
즉 승리나 패전이나 평균자책점이 중요하지 않으니 스트라이크-볼 판정이나 수비수들의 실책 등에 신경쓰지 말고 자기 공만 뿌려달라는 것.
그래서일까. 핀토는 19일 키움전서 1회에 6점을 준 이후 2회부터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4회엔 1사 만루서 이택근을 3루수앞 병살타로 잡은 뒤 포효하며 호수비를 보여준 최 정과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24일 KIA전에서는 훨씬 더 침착했다. 1회초 노수광이 실책을 하는 바람에 이후 안타로 1점을 내줬고, 2회초엔 병살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2루수가 1루로 악송구를 해 병살을 실패했음에도 핀토는 차분히 자기 공을 뿌렸다. 두차례 정도 삼진이라고 생각하고 1루쪽으로 걸어다가 볼이 판정됐지만 핀토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확실히 자신의 피칭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13안타를 맞고도 2실점으로 버티며 7이닝을 소화한 핀토는 3-2로 앞선 상황에서 교체돼 시즌 2승째를 바라봤지만 9회초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다. 하지만 핀토가 7이닝가지 버텨준 탓에 SK 불펜진은 연장 12회까지 추가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12회말 노수광의 끝내기 안타로 3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SK는 1선발인 닉 킹엄이 팔꿈치에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빠진 상황이다. 핀토가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팀이 안정될 수 있다. '제2의 앙헬 산체스'로 키울 생각으로 데려온 핀토가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분명 SK에게 희망적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