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고졸 신인에게 라팍의 두산 타선은 넘기 힘든 통곡의 벽이었다.
삼성 1차 지명 신인 황동재(19)가 데뷔 첫 등판에서 제대로 쓴 맛을 봤다.
황동재는 2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말 3연전 두번째 경기에 두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 동안 만루홈런 포함, 8안타 4볼넷 3탈삼진 8실점 했다. 포크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5㎞였다.
황동재는 1-2로 뒤진 5회초 타이트한 상황에 선발 김대우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프로 데뷔 첫 마운드를 밟았다.
고졸 신인 투수가 감당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웠던 상황. 가뜩이나 상대는 라이온즈파크만 오면 펄펄 나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강타선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선두 박건우를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덕아웃에서 응원하던 경북고 1년 선배 원태인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기쁨도 잠시, '저승사자'페르난데스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페르난데스와 최주환의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몰린 무사 만루에서 오재원에게 초구 145㎞ 패스트볼을 넣었다가 그랜드슬램을 허용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허경민에게 볼넷, 정수빈에게 2루타를 허용해 1사 2,3루. 하지만 황동재는 류지혁 정상호를 차분하게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가능성을 엿보인 장면이었다.
타순이 한바퀴 돈 6회는 더욱 쉽지 않았다. 선두 박건우에게 2루타, 페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2,3루. 최주환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이후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잔뜩 긴장하며 전력피칭을 하느라 손아귀에 힘이 떨어졌다. 허경민 정수빈에게 날림볼로 연속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후속 류지혁의 희생플라이 때 황동재의 책임주자가 홈을 밟아 자책점은 8점이 됐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삼성의 미래. 1m91의 97kg의 당당한 체구를 가진 우완 정통파다. 입단 당시 최무영 스카우트 팀장은 "조금 거칠지만 다듬으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로 평가했다. 미래의 동량이 프로무대 첫 등판에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렀다. 당장은 아프지만 미래의 성장을 위한 쓴 약이 될 것이다.
허삼영 감독도 이날 1군에 등록된 황동재에 대해 "롱릴리프로 길게 던질 수 있는 상황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유망주.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 없는 위대한 탄생은 없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