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어떻게든 승점을 쌓는다. 일단 승격의 첫번째 조건은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 기업구단으로 변신한 대전하나시티즌 이야기다.
대전하나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3라운드에서 3대2 드라마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K리그1(1부리그)급 전력을 갖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간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초반 분위기를 완전히 잡고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승점 6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
대전하나의 뒷심이 빛났다. 0-2로 끌려다니던 대전하나는 후반 3골을 폭발시키며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괴물' 안드레 루이스의 시즌 4번째 골을 시작으로 후반 35분 박진섭, 후반 42분 윤승원의 연속골이 터졌다. 상대 이창민의 퇴장이라는 행운도 겹치기는 했지만,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해지며 기분 좋은 승점 3을 더했다.
올 시즌 대전하나는 후반 유난히 강했다. 개막전이었던 수원FC(2대1 대전하나 승)와의 경기에서도 전반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막판 박용지의 역전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홈개막전이었던 17일 충남 아산전(2대2 무)에서도 1-2로 뒤지던 후반 36분 안드레의 헤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제주전에서도 후반 릴레이골로 승부를 뒤집으며, 대전하나는 초반 3경기에서 2승1무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경기력은 썩 좋지 않다. 황 감독이 강조하는 템포 축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비에서 빌드업이 잘 되지 않으니, 전방까지 볼이 이어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 문제로 뒤늦게 출발한 대전하나는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중앙에서 창조성을 더해줄 미드필더를 찾지 못했다. 여기에 바이오, 채프만 등 두 핵심 외인도 부상이다. 냉정히 말해 안드레의 개인기와 김동준의 선방쇼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분명 지금 성적을 거둘만한 경기력은 아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대전하나의 출발이 인상적인 이유다. K리그2는 결과의 무대다. 좋은 축구를 한 팀이 올라가는게 아니라 승점을 많이 쌓은 팀이 승격한다.K리그2는 변수가 많은 리그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역사가 설명한다. 최근 광주, 경남 등이 모두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며 승격에 성공했다. 완벽한 축구는 아니었지만 초반 승점을 쌓으며 상승세를 탔고, 이후 자신감을 더하며 좋은 축구로 이어졌다. 결과는 다이렉트 승격이었다.
대전하나 선수들은 개막 전 부담이 많았다. 대대적인 투자에 대한 결과를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제법 있었다. 이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를 얻어내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선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자신감은 팀 전체에 큰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승점을 쌓고 있는 대전하나, 일단 승격을 향한 첫 발은 성공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