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019시즌 KIA 타이거즈는 144경기에서 홈런 76개밖에 생산하지 못하면서 팀 홈런 부문 꼴찌에 랭크됐다.
팀 내 홈런을 많이 생산할 만큼 거포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반발력이 저하된 공인구에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예년 같으면 충분히 넘어가야 할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자 "더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5월 중순 성적 부진으로 자진사퇴한 김기태 전 감독도 KBO 공인구 변화 시기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2020시즌 맷 윌리엄스 감독을 비롯해 송지만 최희섭 타격 코치는 이번 시즌 장타율을 배제하고 콘택트 위주의 타격으로 팀 방향성을 맞췄다. 장타력을 보유한 선수가 부족한데다 타격폼을 수정할 시간도 없었다. 무엇보다 공인구 반발력이 지난 시즌과 같다면 굳이 무리해서 장타로 득점을 생산해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송 코치는 "장타율을 배제했다는 점이 우리 팀의 전략이다. 타자 가운데 쉽게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선수들이 몇 명 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선구안과 정확도 위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명의 장타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주위에서 서포트 하려면 리스크가 크고, 시간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칠 수 있는 공과 없는 공을 명확하게 구분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구 '탱탱볼' 논란 속 KIA는 '홈런군단'으로 변신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9~2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홈런 5개를 폭발시켰다. 19일 경기에선 나지완 황대인 한승택이 손맛을 봤고, 20일 경기에선 최형우 한승택이 담장을 넘겼다. 한승택은 이틀 연속 홈런 2개를 팀에 선물했다. KIA는 14경기에서 홈런 15개를 쏘아올리며 팀 홈런 부문에서 롯데와 함께 공동 4위로 한 계단 뛰어올랐다.
홈런은 경기를 쉽게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 KIA가 롯데와의 2연전을 쉽게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역시 1회부터 터진 나지완의 스리런포와 최형우의 투런포에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최형우는 타격 타이밍을 바꾸며 홈런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형우는 "스트레일리의 직구가 좋다고 해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때린 것이 적중했다"며 "중심이동 변화와 스텝을 찍어놓고 치는 것을 코치님께서 요청하셔서 의식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전했다.
나지완 최형우에 힘에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황대인이 1군에 콜업된 뒤 홈런타자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시즌 타격감이 좋지 않던 한승택도 이틀 연속 홈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고 있다.
현재 KIA 라인업에는 거포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라도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구조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