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3전4기' 매각을 추진 중인 KDB생명이 최근 '최다 민원'과 금융당국의 '무더기 지적'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KDB생명은 지난해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건수' 업계 최다에 이어, 올 1분기도 최다를 기록하는 등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다수의 경영유의와 개선 조치를 통보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KDB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IFS) 평가 등급 및 장기발행자등급(IDR)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이러한 잡음이 매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최다 민원-무더기 제재 '악순환'
KDB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6건의 경영유의사항과 8건의 개선사항 등 총 14건의 지적 내용을 통보받았다. 이는 지난해 11월18일~12월13일 실시한 금감원 부문검사 결과에 대한 조치다. 해당 내용은 KDB생명의 수시공시를 통해서도 공개됐다.
경영유의사항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 강화와 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 대한 불완전판매 관리 강화, 보험계약 인수심사 및 보험금 지급심사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리스크한도 설정 및 관리 업무 강화, 실효성 있는 중장기 사업계획 및 자본확충계획 마련, 장기적 관점의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및 자산 운용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이사회 운영 절차 미흡·치매보험 지정대리청구인 제도 운영 미흡·변액보험 적합성진단 운영·보험상품 교육자료 관리 미흡·모집조직에 대한 사후관리 업무 미흡은 물론, 무·저해지환급금 보험상품 개발 및 사후관리 미흡·감독제도 강화에 대비한 금리리스크 관리 미흡과 책임준비금 산출 등이 불합리한 점에 대한 개선 조치가 내려졌다.
KDB생명은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제15조'에 따라 정해진 기한 내에 지적된 내용에 대한 개선·대응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 KDB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실사는 지난해 9월 상황이 기준"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감사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미흡한 점에 대한 개선 방향 및 방법 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당국의 지적은 '민원 1위'를 기록 중인 KBD생명의 현안과도 맞닿아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2019년도 금융민원 및 금융상담 현황'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건수' 기준 60.6건으로 생명보험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역시 1위를 차지했던 2018년의 58.7건보다 3.2% 늘어난 것이다.
이어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올해 1분기 보유계약 10만건당 환산 민원건수 또한 56.79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분기의 35.58건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업계 평균인 8.49건의 6.68배에 달하고, 2위인 오렌지라이프 13.91건의 4배가 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민원은 당국의 제재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면서, "이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금융사의 건전성은 물론 신뢰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3전4기' 매각 도전…부담 요인 적지 않아
업계에서는 이러한 KDB생명의 '민원·제재 리스크'가 현재 진행 중인 매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부실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았던 산업은행은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9월 말 매각 공고를 내면서 '3전4기'에 나선 산업은행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에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매각에 난항을 겪었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신속 매각을 위해 KDB생명 경영진에게 총 45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기도 했다. 매각 가격에 따라 사장에게는 5억~30억원을,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의 50%를 성과보수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6500억원 규모의 사모투자펀드(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를 만들어 KDB생명을 인수한 산업은행은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85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입했다. 또한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KDB생명이 지난해 344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108.48%였던 지급여력(RBC)비율 또한 지난해 말 215% 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KDB생명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는 실사를 끝낸 상태다.
JC파트너스는 2000억원 수준에서 KDB생명의 지분 92.73%를 사들인 후 3000억원 정도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KDB생명 인수 이후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의 일부를 재보험사에 넘겨 운용하는 '공동재보험(co-insurance)' 회사로 바꾸겠다는 JC파트너스의 청사진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보험사의 금리위험 등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공동재보험 제도는 빠르면 오는 6월 말 본격 시행된다.
그러나 최근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달 KDB생명보험의 보험금지급능력 평가 등급 및 장기발행자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매각을 둘러싼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다. 피치는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금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액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KDB생명의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고 투자 위험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민원 급증 등으로 인한 KDB생명의 신뢰도 추락 또한 매각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JC파트너스가 KDB생명 인수 이후 공동재보험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도, 수년간 흠집난 이미지로 인한 영업능력의 한계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KDB생명 매각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에 대한 JC파트너스의 실사가 지난달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여부 및 일정 등 매각과 관련된 세부 내용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