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초반부터 주요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다. 빠듯한 시즌 일정은 투수들 뿐 아니라 타자들 역시 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지난 16일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올 시즌 KBO리그 첫 더블 헤더 경기를 치렀다. 15일 잠실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던 두 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됐고, 양팀은 이튿날 2경기를 소화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인 17일에도 오후 2시 시작 경기가 예정돼있었다는 점. LG와 키움은 16일 오후 2시에 더블헤더 1차전을 치르고, 오후 5시8분부터 2차전을 치른 후 이튿날 오후 2시 다시 경기를 했다. 24시간 내에 무려 3경기를 소화한 셈이다. 승패를 떠나 양팀 선수단과 현장 스태프,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진이 빠진 이틀이었다.
올 시즌 중에 자주 볼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시즌 개막이 미뤄지면서, KBO리그는 순연 경기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1월말 이후까지 야구를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에도 강풍과 비가 잦고,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 장마와 국지성 호우를 비롯한 날씨 변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긴장을 늦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코칭스태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단연 투수 운용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이런 일정을 감안해 기존 엔트리 확대와 더불어 더블헤더 시행시 임시 추가 엔트리까지 대비 규정을 세웠지만, 현장 입장에서는 불펜 소비가 클 경우 그 여파가 며칠 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보통 올스타 브레이크나 시즌 중간 휴식기가 찾아오면, 투수들이 공을 던지지 않고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반갑다. 올해는 휴식기도 없고,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 지연 시작 같은 모든 변수를 떠안은 상태로 144경기를 빠듯하게 치러야 한다.
사실 타자들도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타자들은 "올해 몸 관리를 정말 잘해야 할 것 같다.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는 게 첫번째다. 만약 다치면 팀에도 민폐로 개인적으로도 평소보다 큰 손해일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했다.
며칠의 휴식기 없이 일주일에 6경기씩 풀시즌을 소화하다보면, 주전 야수들의 체력 안배 출장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백업 선수층이 약한 팀들에게는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부분이다. 주전들이 무리해서 뛰다가 부상이 올 경우에는 더 큰 악재로 번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의 연속이다. 다소 여유가 있는 팀들은 시즌 초반부터 다양하게 야수들을 기용하면서 일찌감치 체력 조절에 들어갔다. 장기 레이스에 대비하기 위한 최선의 비책이다.
아직은 시즌 극초반이라 괜찮지만, 진짜 걱정은 한여름 무더위를 보낸 8월 이후다. 부상 선수가 얼마나 쏟아지냐에 따라 팀 성적 그래프가 요동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개막한지 2주밖에 안됐으나 이미 부상 선수는 속출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주전인 하주석, 오선진이 허벅지 부상으로 4주간 재활이 필요한 상황이라 손해가 막심하고, SK 와이번스는 주전 포수 이재원과 외야수 고종욱이 빠진 자리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크게 느껴진다. 롯데 자이언츠도 타격감 좋았던 정 훈이 내복사근 파열로 한달 이상 결장이 예상된다. SK 닉 킹엄이나 LG 마무리 고우석의 수술 등 투수들의 부상도 마찬가지로 뼈아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