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시즌 K리그2에 우승후보는 없습니다."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단언이었다. 17일 홈에서 고전끝에 충남 아산과 2대2로 비긴 후 기자회견에 나선 황 감독은 "우승후보는 없다. 어느 팀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2부 특성상 전 경기를 못했다고 다음 경기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 안일한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황 감독의 말대로다. 이제 단 2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강팀, 약팀이 구분지어지지 않는 혼돈 양상이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다. 순위표부터 보자. 하위권 후보로 분류됐던 부천이 2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안양이 2연패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빅3' 제주, 대전하나, 경남의 행보다. K리그1 이상의 전력을 구축하며 '1강'으로 평가받았던 제주는 16일 전남 원정에서 패하며, 2경기에서 승점 1에 그쳤다. 골도 페널티킥 한 골 뿐이다. 대전하나는 1승1무를 기록했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아산전에서도 고전 끝에 비겼고, 개막전이었던 수원FC전에서도 시종 밀리다 가까스로 이겼다. 경남은 두 경기 연속 무승부에 머물렀다. 한수 아래로 불린 전남, 서울 이랜드를 상대했지만, 역시 기대만큼의 경기력과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대신 수원FC, 전남, 이랜드의 경기력이 돋보인다. 수원FC는 관계자들로부터 "초반 가장 안정적인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막전에서 대전하나에 패하기는 했지만 내용이 좋았던 수원FC는 16일 안산을 만나 2대0 완승을 거뒀다. 공수 짜임새나 만들어가는 과정 등이 모두 좋았다. 전남과 이랜드도 초반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략가' 전경준 감독과 'U-20 월드컵의 영웅'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전남과 이랜드는 객관적 선수 구성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경기별 맞춤형 전술로, 전남은 1승1무, 이랜드는 2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안산과 아산도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이며 순위 싸움을 더욱 흔들고 있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두 팀은 젊은 선수들,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로 스쿼드를 채웠지만, 많이 뛰는 축구로 상위권팀들을 괴롭히고 있다.
매시즌 혼돈의 연속이었던 K리그2, 올 시즌에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경쟁 구도가 이어지며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