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야구는 철저하게 결과론적인 종목다. 두산 베어스의 결과는 '승리'다. 올 시즌 성적도 7승4패로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와 공동 2위를 마크하고 있다.
일부 두산 팬은 "어찌됐든 이겼으면 됐다"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팬은 최근 뒷심이 불안한 경기를 두고 "10점차로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다", "두산답지 않은 수비"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정상에 선 두산의 경기력을 보고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은 '고급야구'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KBO리그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약점이 없는 팀으로 꼽힌다. 스카우트부터 육성까지 좋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화수분 야구'로 마운드는 물론 공수주 모두 상위 클래스로 평가받는다. 베일에 쌓였던 선수가 시즌 초반 잘하더라도 "두산을 만나봐야 제 기량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두산에 약점이 확실히 보인다. '불펜'과 '수비'다.
이번 시즌 11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7.88이다. 투타의 '총체적 난국'으로 9연패 수렁에 빠진 SK 와이번스를 제외하면 10개 구단 중 사실상 불펜 평균자책점은 꼴찌나 마찬가지다. 불안한 불펜의 첫 불씨는 지난 10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피어올랐다. 난타전이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불펜 투수들은 계속해서 얻어맞았다. 당시 두산 선발 이용찬이 6실점한 뒤 박치국(무실점)-윤명준(2실점)-함덕주(1실점)-이형범(3실점)이 잇따라 구원등판했지만 총 6실점했다. 다행히 연장 11회 말 두 차례 상대 실책으로 승리한 혈투였지만, 찝찝함을 남긴 한 판이었다.
그리고 13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결국 불펜이 승리를 날려버렸다. 당시 선발 이영하가 5이닝 5실점(2자책)을 했지만, 다이나마이트 타선 덕분에 7회까지 8-7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8회 함덕주가 2실점, 이형범이 9회 민병헌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지면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불펜의 불안한 장면은 지난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연출됐다. 이날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KIA에 천적임을 입증하면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8회까지 6-1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9회 말 KIA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두산 불펜이 흔들렸다. 좌완 이현승이 1사 이후부터 누상에 주자를 계속해서 내보냈다. 나지완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대타 황대인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다행히 후속 황윤호를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2사 3루 상황에서 대타 이우성에게 볼넷을 내줬다.
불펜이 흔들리자 야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졌다. 2사 1, 3루 상황에서 백용환의 땅볼이 불규칙 바운드가 되자 3루수 허경환이 포구에 실패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황대인이 홈을 밟았다. 3점차로 쫓긴 두산 벤치는 다급해졌다. 결국 함덕주 카드까지 내밀었다. 18일이 휴식일이라 마운드 총력전을 펼쳐도 무방한 상황이지만 휴식을 줄 수 있을 때 주는 것이 나았다. 그러나 아웃카운트를 한 개 남겨두고 함덕주를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는 불안함이 감돌았다. 2사 1, 2루 상황에서도 함덕주 역시 불을 끄지 못했다. 박찬호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상황을 맞았다. 헌데 또 다시 야수 불안까지 겹쳤다. 김선빈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김재호 대신 투입된 류지혁이 1루 송구 대신 택한 2루 토스가 늦어 다시 한 점을 내주고 말았다. 6-4, 2사 만루 상황에서 적시타 한 방이면 승부가 동점 또는 역전으로 끝날 수 있었다. 타석에는 물오른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프레스턴 터커가 등장했다. 다행히 함덕주는 터커를 포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길었던 9회 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 팀 실책 면에서 최소 실책(83개)를 기록했다. 2016시즌(79개)과 2018시즌(77개)에도 최소 실책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최다 실책 4위(9개)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최다 실책 팀인 롯데(4개)보다 배가 많다. 결국 두산은 타격도 좋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수비가 강했기 때문에 강팀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출 수 있었다. '디펜스 퍼스트', 삐걱대는 두산이 다시 맞춰야 할 '고급야구'의 첫 번째 퍼즐이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