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차 소상공인 초저금리 이차보전 대출(이하 이차보전 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외국계 은행들의 대출한도를 대폭 줄이고 그 한도를 5대 주요 은행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씨티은행에 할당한 이차보전 지원액을 기존 25억원에서 3억원으로, SC제일은행은 33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축소시켰다. 줄어든 50억원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10억원씩 재배정됐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재원 소진으로 대출 신청 접수를 15일에 마감할 예정이라고 공시한 바 있던 우리은행은 '접수 가능'으로 다시 바꿨다.
이차보전 대출이란 은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연 1.5% 초저금리로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정부가 시중 대출금리와 초저금리(1.5%)간 차이의 80%를 지원해줘 이차보전 대출로 불린다.
정부는 이차보전 대출의 평균 금리를 연 3.83%로 가정하고 전체 대출 규모(3조5000억원)의 이차보전액을 604억원으로 삼고 은행별로 수준을 정했다. 정부로부터 받는 이차보전액을 감안한다면 씨티은행은 1460억원, SC제일은행은 1903억원까지 대출할 수 있는데, 두 은행의 이차보전 대출 실행액은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국계 은행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을 보여 왔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심리를 달래고자 지난달 초 조성하기로 한 채권시장 안정펀드에 참여하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본국인 미국의 금융 관련 규제를 불참 이유로 들며 대신 채안펀드 출자에 상응하는 유동성 지원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아직도 세부 방안을 당국 및 유관 금융기관과 '협의 중'이다.
또한 씨티은행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신청과 관련한 전산 작업을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진행하지 않아 현재 씨티카드로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불가능하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국내에서 번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모그룹으로 보내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 규모는 씨티은행이 9994억원, SC제일은행은 7670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SC제일은행은 7%대, 씨티은행은 5%대 등 외국계 은행은 소상공인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저렴한 금리(3.84%)를 적용한 농협은행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현재로서는 은행이 높은 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소상공인은 이자를 대출 원금의 1.5%만 내면 되지만, 이차보전 지원이 끝나는 1년 후에는 대출금리가 급증해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8일부터 7개 시중은행에서 1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긴급대출'사전 접수가 시작된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과 대구은행의 전체 영업점에서 대출 신청을 받으며,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2차 긴급대출은 1차 때와 달리 신용보증기금 방문 없이 은행에서 보증과 대출을 한꺼번에 신청할 수 있다.
1차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거나 국세·지방세 체납자, 기존 채무 연체자 등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출 한도는 업체당 1000만원이고, 만기는 5년(2년 거치·3년 분할상환)이다. 금리는 기본 연 3~4%로, 신용등급에 따라 다소 조정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용하던 대출을 신청하면 신용 평가나 금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으므로 될 수 있으면 거래하던 은행에서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