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발투수의 로망부터 막판 극장 승부까지, 짜릿함이 가득했던 명승부였다. 하지만 롯데 이승헌을 시작으로 한화 하주석, 정우람의 부상 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면서 팬들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 하루였다.
한화 이글스는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3차전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터진 송광민의 끝내기 홈런으로 5대4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롯데는 신예 이승헌, 한화는 김민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마침 용마고 출신 두 선수의 맞대결이었다. 김민우는 올시즌 150㎞의 구속을 되찾고 빛을 발하기 시작한 한화의 오랜 유망주다.
이승헌은 2018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3년차 선수로, 196㎝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최고 구속 149㎞의 강속구를 자랑한다. 허문회 감독은 "2군에서 가장 공이 좋은 투수다. 올해 2월 캠프 때부터 선발로 쓰려고 준비해왔다. 수석코치와 매니저가 계속 체크했다"면서 "오늘 자기 공을 마음껏 후회없이 던져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승헌의 1군 등판은 지난해 5월 21일 KIA 타이거즈 전 2이닝 7안타 3볼넷 7실점 강판 이래 약 1년만에 처음이었다.
경기 초반은 두 투수가 서로의 구위를 뽐내는 치열한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3회말 이승헌이 1사 1, 2루 상황에서 한화 정진호의 타구에 맞아 쓰러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이승헌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롯데는 투수 최고참 송승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몸이 채 풀리지 않은 송승준은 하주석에게 밀어내기 볼넷, 이성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한화는 4회에도 김회성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 승리를 따내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의 대포가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롯데는 5회 마차도의 솔로포로 한점 따라붙었다. 한화는 하주석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수에서 타격을 입었다. 롯데는 8회 바뀐 투수 박상원을 상대로 전준우가 장외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승헌 이후 송승준 고효준 오현택 박진형 박시영을 마운드에 올렸던 롯데는 1점 뒤진 8회 마무리 김원중을 올리며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9회 한동희가 마무리로 나선 한화 김진영을 상대로 동점포를 쏘아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화의 '수호신' 정우람마저 허리 통증으로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진영은 뒤늦게 삼진을 쏟아내며 분풀이를 했지만 이미 동점이 된 후였다.
하지만 한화는 연장 11회말 선두타자 최재훈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장운호의 희생번트와 장진혁의 내야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롯데 투수 김대우의 끝내기 보크로 최재훈이 홈을 밟아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이날 끝내기 보크는 올시즌 1호, KBO리그 통산 7호였다. 두 팀의 3시간 42분 혈투는 이렇게 기묘하게 마무리됐다.
대전=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