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지난 시즌 갑작스럽게 너무 많이 던진 탓일까.
KIA 타이거즈의 영건 하준영이 수술대에 올랐다. KIA는 지난 13일 '하준영이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왼팔꿈치 내측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이라고 밝혔다.
하준영은 5일간 입원 후 퇴원, 6주 정도 보조기를 착용해야한다. 이후 본격적인 재활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하준영은 지난 시즌 세대교체가 된 불펜의 핵심자원이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뒤 구속증가를 위해 체중을 늘렸다. 그러자 140km 중후반대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시즌 초반에는 5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버텨내면서 '미스터 제로'라는 별명을 가지기도. 특히 생애 첫 올스타전에도 뽑혀 네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결국 59경기에 출전, 52⅔이닝을 소화하며 6승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 박준표 전상현과 함께 필승조로 활약했다.
하준영의 전력 이탈로 KIA 불펜에는 좌완 투수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주인공은 이준영(28)이다. KIA 1, 2군을 합쳐 41명(군입대 제외)의 투수 중 좌완은 8명이다. 이 중 1군에서 공을 던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왼손투수는 5명(양현종 임기준 이준영 하준영 김기훈) 정도다. 그러나 하준영은 시즌 아웃됐고, 김기훈도 지난 시즌 많이 던진 탓에 컨디션 난조와 팔꿈치 통증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결국 실전 투입이 가능한 투수는 두 명(양현종 이준영)에 불과하다. 2020시즌을 앞두고 즉시전력감인 우완투수들이 영입되면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지만, 좌완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다. 때문에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을 가진 이준영의 팀 내 가치가 상승했다.
이준영은 지난 시즌 재발견된 보물이었다. 2015년 입단한 뒤 이듬해 프로에 데뷔했고, 상무를 거쳐 지난해 첫 풀타임으로 뛰었다. 37경기에 출전, 51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6.35를 기록했다. 원포인트로 마운드에 오를 때도 있었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일찍 무너졌을 때마다 투입돼 3이닝 가까이 던진 적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8월 6일 LG 트윈스전에선 불펜으로 4이닝을 소화하기도.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이준영이 중간에서 버텨주지 않았다면 2019시즌 순위표 맨 아래에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KIA가 위치해 있을 수도 있었다.
이준영은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은 아니다.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맞혀잡는 유형이다. 다만 올 시즌 불안함이 엿보인다. 지난 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⅓이닝 동안 1안타 1실점했고,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4실점했다. 다행히 지난 1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준영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2020시즌 초반의 모습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