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세징야 숙제를 풀어내야 하는 대구FC.
대구는 코로나19 사태로 뒤늦게 개막한 하나원큐 K리그1 2020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늦춰진 개막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고, 부담스러운 원정 경기였기에 승점 1점도 가치가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성적, 상대적 전력차 등을 감안하면 대구에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대구가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건 에이스 세징야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구는 세징야의 발끝에서 대부분의 공격이 파생되는 팀. 세징야가 막히면 팀 전체 공격 밸런스가 무너진다. 인천과의 경기가 이를 잘보여줬다. 인천은 수비가 좋은 마하지를 세징야 전담 수비로 붙였고, 마하지는 끈질기게 세징야를 괴롭혔다. 팬들 사이에서는 마하지가 세징야의 대구 숙소까지 따라갔다 아직 안돌아왔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문제는 대구의 앞날이다. 세징야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대한 집중 견제도 늘었다. 지난 시즌 중후반부터 거의 모든 팀들이 세징야 전담 수비를 붙이기 시작했다. 풀기 어려운 딜레마다. 상대가 세징야만 붙잡고 늘어지는데, 그렇다고 세징야라는 선수를 공격 과정에서 배제시키기도 힘들다. 이렇게 가다가는 상대의 거친 집중 견제에 세징야의 체력만 떨어지고, 부상도 발생할 수 있다.
대구의 다음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다. 개막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완파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시즌 김기동 감독 부임 이후부터 줄곧 상승세인 팀이다. 선수 구성, 조직력 등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일단 포항은 인천처럼 세징야 전담 수비를 붙이는 경기 운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항이라고 세징야를 가만히 놔둘리는 없다. 최영준, 오닐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협력 플레이로 세징야를 괴롭힐 전망. 대구 입장에서는 세징야를 향한 집중 견제를 어떻게 분산시킬지, 아니면 그가 힘을 쓰지 못할 때 어떤 다른 방법으로 공격의 실타래를 풀어나갈지 철저한 준비를 해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희망은 있다. 대구는 새롭게 영입한 베테랑 공격수 데얀을 인천전 후반에 투입시켰는데, 데얀이 들어온 후 유효슈팅이 나오고 답답했던 공격 흐름이 바뀌었다. 데얀이 파괴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세징야에 대한 견제도 줄어들 수 있다. 포항전에서는 데얀의 출전 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에 에드가, 김대원 등 다른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태다. 지난 시즌 중원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츠바사도 인천전은 후반 교체 투입됐다. 세징야를 도울 수 있는 선수들의 몸상태가 올라오고 조직력이 갖춰진다면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여지가 생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