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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관중有잼]울산 개막전 대승, 전광판에 뜨겁게 울려퍼진 "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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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세요'를 라이브로 빨리 듣고 싶습니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9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에서 4대0 대승을 거둔 직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팬들을 떠올렸다. "오늘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올시즌은 작년(준우승)보다 높은 순위로, 꼭 마지막에 웃는 시즌이 되게 노력하겠다. 무관중 경기지만 팬들이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잘 가세요'를 라이브로 빨리 듣고 싶다. 팬들과 빨리 그라운드에서 만날 날을 기다린다"고 했다.

무관중 경기였지만 이날 울산 선수들은 90분 내내 팬들을 가슴에 품고 뛰었다. 선수들이 몸을 풀 때부터 서포터스들이 구단으로 보내온 "주니오 파이팅!" "김태환 파이팅!" "김인성 파이팅!" 유튜브 응원 영상이 전광판을 물들였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시작 직전 전광판을 통해 우렁찬 목소리로 선발 라인업, 선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른 후 12번째 선수로 울산 현대 '처용전사'를 소개했다.

경기 중 그라운드를 향해 서포터스들의 '별이 되어' 응원가가 흘러들었다. 압권은 전후반 90분이 끝난 추가시간이었다. 주니오의 멀티골, 이상헌의 쐐기골, 윤빛가람의 추가골로 4대0 완승이 확실시되던 순간, 그라운드에 울산의 승전가 '잘 가세요'가 뜨겁게 울려퍼졌다. '잘가세요' 플래카드를 들어올린 채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이 전광판을 가득 채웠다.

전북에 "오오렐레~"가 있다면 울산엔 "잘 가세요"가 있다. 1973년 가수 이 현이 발표한 '잘 있어요'라는 올드송은 울산 선수들과 남녀노소 서포터들이 가장 사랑하는 울산만의 '시그내처' 승전가다. 홈 승리 땐 상대 팀을 향해 소리 높여 '잘 가세요'를 부르고, 원정 승리 땐 '잘 있어요'를 부른다. 예를 갖춘 듯, 바짝 약 올리는 가사가 포인트인 이 중독성 강한 후크송은 가끔 울산이 패할 때 상대 서포터에게 역공을 당하기도 하지만, 울산선수들은 서포터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제주에서 이적한 후 처음으로 영상 '잘 가세요'를 경험한 윤빛가람은 "상대 팀 입장에서만 듣던 노래인데 음성으로나마 아군 입장에서 들어보니 새로웠다"면서 "얼른 상황이 나아지고 유관중 경기가 열려 팬들이 가득한 경기장에서 직접 이 노래를 듣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4골이 터진 개막전 현장, 관중은 없었지만 '잘 가세요'는 있었다. 울산 현대 홍보팀에 따르면 이날 개막전 4대0 승리의 짜릿한 순간에 흘러나온 '잘 가세요'의 영상과 음원은 지난해 수원과의 개막전(2대1승) 승리 때 찍어놓았던 것이다. 유비무환이다. 수원, 전북전 등 지난해 홍보자료 확보를 위해 찍어놓은 영상과 음원들이 코로나 시대, 사상 유례없는 무관중 경기에서 유용하게 활용됐다. 팬들은 없었지만 김도훈 감독의 말대로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뛰었다.

'22세 영건' 이상헌은 주니오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팀의 3번째 골을 넣은 직후 서포터석을 향해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날 휘슬 직후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서포터석으로 향했다.서포터들의 푸른 플래카드 앞에 도열한 채 '어흥!' 호랑이발톱 포즈를 취하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쳤고, K리그 개막을 가능케해준 의료진을 향해 '덕분에' 수어 세리머니를 펼쳤다. 방송 인터뷰로 인해 단체 세리머니에 참가하지 못한 이청용도 나홀로 뚜벅뚜벅 서포터석을 찾았다.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 후 엄지를 치켜들며 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