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치른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 2020시즌 개막전. 한국 프로축구는 이 경기를 통해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면서 얻은 게 많다. 비록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무관중으로 개막을 맞았지만 K리그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갈증을 일부분 해소해주었다. '신계' 메시와 호날두의 경기력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지만 축구 경기 그 자체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은 조커로 들어가 헤딩 결승골로 영국 팬들에게 생존 신고를 했다. 이동국은 2000년대 후반 EPL 미들즈브러에서 1년 반 동안 눈물젖은 빵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적응에 힘겨웠지만 그후 K리그로 컴백해 성남을 거쳐 전북에서 만개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K리그의 역사를 완전히 새롭게 썼다.
이동국의 출전 소식에 옛 미들즈브러 시절 그의 한 팬이 추억의 유니폼을 꺼내 사진 찍어 SNS에 올리는 감동적인 일도 있었다.
BBC는 홈페이지 생중계를 통해 개막전을 전세계에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물론 이번 개막전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에 무료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BBC 홈페이지는 해설을 추가해줘 또 다른 맛을 전했다. 그들도 41세 노장 이동국의 결승골에 흥분했다. BBC는 "거의 2개월 만에 축구에서 골을 봤다"며 흥분했다. 후반 15분 조커로 투입된 이동국은 후반 38분 손준호의 코너킥을 머리로 돌려 놓아 수원 삼성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한 수원을 1대0으로 제압,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코로나19로 아직 모든게 낯설다. 무관중이며 경기 프로토콜이 달라졌다. 이동국은 "무관중으로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하지 못했다. 골 세리머니도 과격하게 하지 못했다. 침도 뱉지 못했다.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경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려도 적막했다. 팬들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 도중 하는 말이 기자석에서 다 들렸다.
BBC은 K리그 무관중 개막전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평했다. '이게 축구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게 아니다.'
축구가 다시 시작됐지만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축구의 모습이 낯설었던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다음 주말에는 독일 분데스리가가 재개된다. 잉글랜드 EPL은 다음달 재개를 희망한다. K리그도 서서히 정상을 찾아갈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