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8일 개막을 앞둔 2020년 K리그.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의 시대, 코로나19로 뒤늦게 출발하는 올 시즌 K리그 역시 기존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행되는 새로운 제도까지 더해지며, 변수가 더 많아졌다. 과연 이 변수들은 누구를 향해 미소를 지을까.
올 시즌 초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코로나19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꿨듯이, K리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단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 과거 징계로 인해 일부 무관중 경기가 시행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전면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래도 낯설 수 밖에 없다. 인천에서 뛰던 시절 무관중 경기를 경험한 설기현 경남 감독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할 때부터 이상했다. 그 안에서 관중 함성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데 관중이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뛰고 있노라니 밍밍한 게 집중이 잘 안 되더라. 경기가 조금 진행됐을 때에는 몰입했지만, 전체적으론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돌아봤다.
이처럼 생소한 무관중 경기는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최근 두번의 월드컵 예선을 모두 무관중 경기로 치렀다. 결과적으로 무관중은 큰 변수가 됐다. 한수 아래로 평가받은 레바논-북한과 모두 비겼다. 각 팀들은 어색한 분위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녹음된 응원 소리를 틀고, 관중석에 걸개를 거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누가 먼저 이 생소한 환경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초반 순위싸움이 요동칠 수 있다.
줄어든 경기수도 변수다. 지난해까지 진행됐던 38라운드 체제는 개막 연기로 인해 27라운드로 줄어들었다. 11경기는 큰 차이다. 때문에 선수층이 얇은 팀도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체력이 중요한 장기 레이스에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매시즌 중반까지는 의외팀들이 선전을 이어가지만, 중후반부터는 결국 선수층이 좋은 소위 빅클럽이 치고 나갔다. 하지만 27라운드 체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상만 없다면, 베스트 전력을 풀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하위팀간 갭이 확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초반 성적이 더욱 중요해졌다. 초반 삐긋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회복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각 팀들은 초반부터 전력질주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두 달간의 뜻하지 않은 휴식기로 인해, 초반 몸상태를 장담하기 어렵다. 연습경기 조차 금지됐기 때문에, 감각을 빨리 회복하는 팀이 초반을 주도할 수 있다.
상주도 시즌의 판도를 바꿀 변수다. 상주는 올 시즌 상무와 연고계약이 끝나며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다만 상주가 최하위를 할 경우, 11위팀이 그대로 K리그2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지만, 상주가 최하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최하위팀과 상주가 함께 강등된다. 때문에 상주의 성적에 따라 승강 플레이오프 성사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에 시즌 내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무조건 강등은 상주에게 기회가 될수도, 위기가 될수도 있다. 어차피 강등되기 때문에, 오히려 편한 상황에서 이판사판 공격축구를 펼칠 경우, 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주는 올 시즌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좋다는 평가다. 멤버만으로는 상위 스플릿도 가능하다. 하지만 무조건 강등으로 동기부여가 떨어질 경우, 승점 자판기로 전락할 수 있다. 이 두 상황이 상반되기 때문에, 상주가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순위 싸움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인한 선수들의 새로운 수칙, 예컨대 침을 뱉지 못하고, 대화가 줄어들고, 신체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분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도 중요하다. 또, 경고 누적에 따른 출전 정지 기준(로컬룰)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3회 경고 누적 때마다 1경기 출전 정지가 부과됐으나 올해부터는 첫 5회 경고 누적, 이후 3회 누적, 이후 2회 누적 때마다 1경기 출전 정지가 부과된다. 이 역시 올 시즌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최근 공표, 세계 최초로 시행되는 새로운 룰(핸드볼, 페널티킥 기준)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누가 더 빨리, 그리고 잘 통제하느냐가 올 시즌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