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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나는 행복합니다" 한화 응원 15년, PS는 3번뿐…창화信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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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화의 마지막 우승이 1999년이에요. 제가 응원하는 동안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은데…"

한화 이글스 홍창화 응원단장(이하 홍 단장)의 등에는 '창화신'이 적혀있다. 신(神)이 아닌 신(信)이다.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서 유래한 호칭이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팀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패하는 경기에서도 목이 터져라 '최강한화'와 '나는 행복합니다'를 외치는 팬들의 속내와 닮았다. 두 응원 모두 홍 단장의 작품이다.

응원단장을 처음 시작한 게 2006년, 어느덧 올해로 15년째다. 그 동안 한화는 가을야구에 단 3번 진출했다. 리그 최하위 횟수(4번)보다 적다. 덕분에 2006년의 기억은 더욱 강렬하다. 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삼성 라이온즈에게 석패했지만, '끝판왕' 오승환에게도 한방 먹인 강렬한 시즌이었다.

"그때 심광호 선수가 오승환 선수한테 동점 홈런을 때리던 모습이 아직도 깊게 남아있어요. 마지막 경기였던 6차전 9회말 상황도 절절하게 선명해요. 1점차 1사 만루에서 외국인 선수 루 클리어가 내야 플라이를 치고, 제이 데이비스가 삼진을 당하면서 끝났죠. 첫 해에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7년에 3위를 했는데 다시 가을야구를 하기까지 11년이나 걸릴 줄이야… 2013년에 개막 13연패를 끊어냈던 경기도 기억에 남아요."

응원단장은 1년 내내 바쁜 직업이다. 홍창화 단장은 야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농구와 배구 현장에서 열일한다. 한때 그가 '영고(영원히 고통받는) 창화'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응원을 맡은 팀들이 동시에 리그 하위권의 부진에 시달렸던 것. 그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극창TV)의 이름도 당시 붙은 또다른 별명 '극한직업 창화'에서 따왔다.

하지만 홍창화 단장은 "이제 전 영고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여자배구 현대건설은 2015~16시즌, 남자농구 KGC인삼공사는 2016~17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출연했을 당시 응원단장을 맡았던 바이킹스도 리그 우승을 다투는 강팀이다. '한화도 우승할 때가 됐다'는게 그의 입버릇이다. 그는 "올해 한화는 하위권 팀으로 예상되던데, 야구는 변수라는게 있지 않나. 올해는 특히 더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홍 단장은 늘 한화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지만, 부진한 성적에도 한화 팬들이 그토록 열정적인 응원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그다. 8회 공격 때 '최강한화'를 외치는 육성응원과 '나는 행복합니다' 외에 '최고의 포수 신경현', '한화의 섹시가이 전근표', '이글스의 정근우(LG 트윈스)' 등이 타 팀 팬들에게도 큰 인기를 누린 그의 작품들이다.

올해는 새롭게 8~9곡이 추가된다. 공모전으로 뽑은 이용규 정은원 장진혁의 응원가,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을 위한 신곡, 새롭게 영입된 정진호 김문호 이해창의 노래, 저작인접권 문제로 바뀌는 송광민의 응원가 등이다. 팬들의 취향을 고려해 다양한 장르로 준비중이다.

"육성응원은 2007년에 처음 시작했고, 2009년부터 다시 했죠. 롯데의 신문지 응원처럼 특색 있는 응원을 고민하다 해본 건데, 팬분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한화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게 되서 뿌듯해요. 단장으로서 자부심도 있고."

워낙 소리가 크다 보니 육성 응원에 대한 타 팀 팬들의 견제 응원도 생겼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팬들 내부에도 '우리가 왜 최강이냐 창피하다'는 말도 나왔다고. 하지만 홍 단장은 "한화의 목소리를 다른 팀 팬들이 따라해주는 거 아닌가. 팬들에게도 '우리가 부러워서 저러는 거다'라고 얘기해준다. 우리한테 저작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양쪽에서 응원을 주고받는 모습을 재미있어 하는 분들도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올겨울은 홍 단장에겐 유독 추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농구와 배구 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야구 역시 무관중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화는 5일 원정 개막전과 12일 홈 개막전에 유튜브로 온라인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이후 응원 재개 여부도 아직 미정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응원단 연습도 쉽지 않았다. 어지간한 응원은 영상통화로 맞췄다. 치어리더 맏언니 김연정과는 어느덧 10년째 호흡을 맞췄다. 막내였던 김연정이 어느덧 최고참이 되기까지 함께 한 만큼, 눈빛만 봐도 통한다.

"유달리 긴 겨울이었고, 아직도 저희는 겨울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응원도 없고, 행사나 교육 같은 이벤트도 거의 없었죠. 응원 끊기면서 배달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전 그래도 간간히 불러주시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죠."

홍 단장은 몸 만들기에 열중했다. 올해 불혹인 만큼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체육대학 출신인 홍 단장은 "입시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응원할 때보다 더 바빴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멋지게 완성된 몸을 2일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독수리마냥 높게 뛰어야올라야하니까요. '홍창화 나이 먹고 힘든가보다' 소리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아랫배 살을 집어넣고, 공복 유산소부터 근력 운동, 체력 관리까지 열심히 했죠. 팬분들과 다시 만나는 날이 기다려지네요. 하루빨리 대한민국이 건강해져서 저와 치어리더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때 홍 단장의 좌우명은 '우승하면 결혼한다'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을야구'로 문턱이 낮아졌고, 한화가 2018년 3위를 차지하며 일단 조건은 풀렸다. 하지만 아직 홍 단장은 '싱글'이다.

"결혼이란게 하고 싶다 하면 또 잘 안되더라구요. 지금은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렇게 바쁜데 언제 연애하냐'는 분도 있는데, 원래 연애는 바빠도 다 짝이 있고, 없는 시간 쪼개서 하는 거예요. 하지만! 올해는 결혼보다는 독수리의 힘찬 비상이 보고 싶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