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데뷔전 승리'의 영예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5일 개막하는 2020 KBO리그. 올해 새롭게 명함을 내미는 4명의 새 감독 중 누가 먼저 승리를 신고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과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이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각각 NC 다이노스(대구), KT 위즈(수원)를 상대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이들은 부임 첫해부터 코로나19라는 초유의 변수 속에 새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시범경기-정규시즌으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모두 틀어졌다. 이들 모두 세 달 동안 선수단과 동고동락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입히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 열린 6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테스트도 마무리했다.
손 감독과 윌리엄스 감독의 맞대결은 여러모로 화제를 끈다. 손 감독은 현역 생활을 마치고 TV해설가, 인스트럭터, 투수 코치 등을 거쳤다. 인스트럭터 시절 메이저리그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투수들을 지도하는 데 활용했고, 코치 시절에도 SK 투수진의 한국시리즈 제패에 일조한 바 있다. 이론 뿐만 아니라 현역, 코치를 거치며 오랜 기간 현장에서 선수들과 호흡했고, 털털한 리더십을 앞세워 '준비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역 시절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도 빅리그를 경험했던 윌리엄스 감독은 '레전드 빅리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섬세한 구상과 카리스마를 앞세워 KIA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KBO리그에선 데뷔전이지만, 오랜 기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쌓은 여유나 결단력 등을 고려해볼 때 4명의 신임 감독 중 가장 노련한 지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팀 간 연습경기서 키움은 2연패 뒤 4연승, KIA는 1무2패 뒤 3연승의 상승세를 보였다. 연습경기 막판 흐름을 개막전 승리이자 데뷔전 첫 승으로 이끌기 위한 두 감독 간 자존심 대결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방인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NC를 만날 삼성 허삼영 감독이 내놓을 결과물도 주목된다. 프런트 출신 사령탑으로 화제를 모은 그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자신이 구상한 밑그림대로 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1m63의 단신 리드오프 김지찬으로 대변되는 기동력 야구로 새로운 팀 컬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도 시사했다. 개막전 선발 투수는 토종에이스 백정현을 사실상 낙점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벤 라이블리, 데이비드 뷰캐넌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구위를 보여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백정현이 NC와의 통산 맞대결서 12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하며 'NC 킬러' 면모를 보여준 점도 눈에 띈다.
수원 원정길에 오르는 롯데 허문회 감독을 향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지난해 최하위로 추락했던 롯데는 허문회 감독 체제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연습경기 1위(5승1패)의 결과물로 확실하게 입증했다. 선수별 루틴에 기반한 훈련 준비와 진행, 운영 등 '자기주도 훈련'을 앞세운 그가 보여준 리더십은 올 시즌 롯데를 두고 '달라졌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외국인 투수 아드리안 샘슨이 개인사로 이탈한 가운데 개막시리즈를 치르게 되는 변수에 맞닥뜨렸지만, '안경에이스' 박세웅을 앞세워 정면돌파에 나선다.
한편, 삼성과 롯데를 상대할 NC 이동욱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은 공교롭게도 올해로 '2년차' 지도자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발길을 돌린 NC 이동욱 감독이나, NC와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쳤던 KT의 이강철 감독 모두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초보' 딱지를 뗀 두 사령탑이 각각 후배 감독들에게 '한 수 위'의 실력을 보여줄지도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