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인 A씨는 최근 새끼 발가락이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A씨에게 '소건막류'라는 진단을 내렸다. 생소한 질병명에 당황한 A씨에게 의사는 "딱딱한 바닥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맨 바닥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자기소개서를 쓰던 버릇이 병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소건막류는 대표적인 족부질환으로, 비슷한 병으로는 무지외반증이 있다.
무지외반증이 엄지발가락이 밖으로 돌출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라면 소건막류는 그 반대, 새끼 발가락이 바깥으로 휘어지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소건막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 특히 잘 발병되는데 그 이유가 앞서 소개한 A씨처럼 좌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딱딱한 바닥에 책상다리로 앉다 보면 새끼발가락에 강한 압력이 가해지면서 휘어지게 된다. 소건막류는 한 때 '재봉사 건막류'라고 불리기도 했다. 양반 다리를 한 상태로 오래 작업을 해야 하는 재봉사들의 업무 특성상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건막류는 대부분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새끼발가락이 돌출되기 때문에 증세가 심해지면 바로 알 수 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도 신호가 온다.
유난히 새끼발가락이 아프고 빨갛게 변하거나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긴다면 소건막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미미하거나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다가 만성으로 굳어지게 되면 쉽게 낫지 않기 때문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소건막류를 꼭 좌식생활만이 유발하는 게 아니다. 하이힐이나 앞이 뾰족한 신발을 즐겨 신는 여성들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발가락에 무게가 쏠리는 상태에서 새끼발가락이 접히면서 큰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같은 차원에서 앞볼이 좁은 구두를 자주 신는 남성들도 피해갈 순 없다. 특히 편안한 신발을 신은 남성이라도 키높이 깔창을 사용하다 보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앞 부분이 좁거나 뒷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걷게 되면 자연히 새끼발가락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족부질환처럼 소건막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증세가 심해지면 다른 부위에까지 무리가 생긴다는 점이다.
족부전문의인 연세건우병원 최홍준 원장은 "소건막류 증상이 악화되면 무게 중심이 무너져 발목이나 무릎, 골반, 허리 등에 무리를 주게 되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불편한 신발은 피하고 서 있거나 걷는 시간을 줄이는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 된다면 내원해 전문의와 치료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소건막류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신발은 가능한 한 앞이 뾰족한 것 대신 발 폭에 여유가 있는 것을 골라야 발가락과 신발의 마찰이 줄고 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만약 하이힐을 피할 수 없다면 최장 6시간을 넘기지 않게 신으며 중간 중간 신발을 벗고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바닥에 앉을 때는 양반다리로 앉기 보다는 다리를 펴고 앉아 발가락이 눌리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꽉 끼는 신발을 신고 외출한 날은 틈틈이 발 스트레칭이나 마사지 등을 해주는 것이 족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