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과도한 공포감이 반영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27일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4일까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존재하는 주요 기업 35곳 가운데 60%(적자 축소 포함 21곳)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14곳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실적 스타트를 끊은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6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증권사별 추정치 평균(6조1674억원)을 3.77% 웃도는 실적을 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보통신 관련 제품 수요 감소 여파로 삼성전자 역시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주를 이뤘지만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의 선방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는 분석이다.
LG하우시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히려 원재료 가격 하락 효과를 얻어 추정치를 54.21%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으며 LG생활건강 역시 손 소독제 등 위생용품 부문 실적이 화장품 실적 부진을 상쇄해 추정치보다 18.6% 상회한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8003억원으로 추정치 평균(5070억원)을 57.85%나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서비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서버 수요도 함께 증가, 서버용 D램 수요 증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도 1분기 간편결제와 쇼핑 등 비대면 부문 성장 수혜로 추정치를 14.06%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깜짝 실적을 두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본격적인 경제적 쇼크는 3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1분기 실적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또 시장 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우려를 과도하게 반영하면서 실적 전망치를 크게 낮춰 실제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는 효과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코로나 사태가 올 상반기까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 역시 우세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으나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의 1분기 실적 추정치는 여전히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을 고려하면 올해 분기별 실적 추정치의 추가 하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