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15년차 베테랑과 20세 신성 중 독수리 군단의 선봉장을 꿰찰 선수는 누구일까.
2020 한화 이글스의 톱타자 경쟁은 이용규(35)와 정은원(20)의 대결 구도다. 베테랑들이 팀의 핵심 전력을 이루는 가운데 젊은 피가 도전하는 팀 전체 상황의 축소판을 보는 듯 하다.
당초 올시즌 한화의 1번 타자는 돌아온 이용규가 유력했다. 스프링캠프 도중 열린 타 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이용규가 톱타자를 도맡았다. 투수의 심기를 건드리는 능력은 KBO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힌다. 지난해 팀 도루 5위(105개)에 올랐던 한화의 '뛰는 야구' 첨병으로도 적절하다. 도루 커리어 하이는 44개, 2018년에도 30개를 해냈다. 수비의 허를 찌르는 주루 센스도 여전하다. 올시즌 주장을 맡은 만큼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하지만 지난 1년 공백이 부담스럽다. 파이팅과 기민한 몸놀림은 여전하지만, 타격 컨디션은 아직 저점에 머물러있다. 지난 청백전에서 팀내 가장 많은 타석(49타석)을 소화했지만, 타율 2할8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748의 무난한 성적을 남겼다. 지난 21일 시작된 팀간 교류전에서는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타율 1할1푼1리(9타수 1안타) 1볼넷에 그쳤다. 마음이 급하다. 특유의 '용규놀이(타자가 계속 파울을 치며 투수를 괴롭히는 것)'도 여의치 않다.
반면 '젊은피' 정은원의 기세가 좋다. 정은원은 지난해 이용규가 빠진 한화에서 톱타자로 총 471타석을 소화했다. 정근우(82타석, LG 트윈스)도 없는 지금 이용규의 대항마는 단연 정은원이다. 한용덕 감독도 청백전 내내 정은원을 이용규의 상대팀 1번 타자로 배치하며 경쟁구도를 부추겼다. 발은 빠르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이용규처럼 능수능란한 주루플레이를 펼치진 못한다. 선구안에서도 아직 부족하다는 평. 지난해 기록한 3할1푼7리의 출루율은 톱타자의 그것이라기엔 초라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홈런 8개를 때려냈고, 청백전에서도 타율 3할8푼1리 OPS 0.925의 맹타를 휘두르는 등 타격에서 우위에 있다. 흔히 '청백전은 청백전일 뿐'이라고 하지만, 예년보다 개막이 늦어지면서 14경기나 쌓인 데이터인 만큼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정은원의 교류전 성적도 아직 타율 2할(5타수 1안타) 2볼넷에 불과하다.
서로 외에 뚜렷한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다. 올봄 스프링캠프와 청백전을 통틀어 이용규와 정은원 외에 1번 타자로 출전한 선수는 유장혁과 최재훈. 제라드 호잉 뿐이다. 이중 호잉이나 최재훈이 1번으로 기용될 가능성은 낮다. 청백전에서 타율 4할5리(42타수 17안타) OPS 1.063을 기록한 유장혁은 교류전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단 1타석 기용돼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교류전에서는 이용규가 2경기, 정은원이 1경기에서 각각 1번타자로 나섰다. 이용규와 정은원 중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가 2번에 기용될지, 상하위 타순을 연결하는 9번으로 내려갈지도 관심거리다. 3경기 모두 2번에는 장진혁와 정진호, 하주석 등이 꾸준히 기용됐다. 이용규 정은원과는 스타일이 다른 타자들이다.
한용덕 감독은 "일단은 베테랑의 클래스를 믿어보려고 한다. 물론 컨디션을 고려해야겠지만, 시즌 초에는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위주로 경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대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