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가 오는 5월 5일 개막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당초 개막일(3월 28일)보다 한달 넘게 늦어졌다. 하지만 예정된 경기수는 변함없이 144경기다. 숨가쁜 1년이 될 전망이다.
올시즌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지상 과제는 정규시즌 일정 관리다. KBO는 경기수를 줄이기보다 오는 11월말까지 대관을 마친 고척스카이돔에서의 포스트시즌을 준비했다. 정규시즌은 11월 2일, 한국시리즈는 11월 28일까지 마치겠다는 게 KBO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 예정에 없는 우천 취소로 인한 일정 연기를 최소화해야한다. 이를 위해 KBO는 우천 취소시 더블헤더(7, 8월 제외)와 월요일 경기 편성을 예고했다. 더블헤더 때는 엔트리가 기존 28명보다 1명 많은 29명으로 늘어나며,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때는 연장전을 치르지 않는다. 이에 대해 KBO는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올시즌에는 '9이닝 무승부'가 양산될 가능성이 생겼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시간제한이 없는 승부'를 추구한다. 다만 KBO리그는 '끝장 승부'를 펼치는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연장전 돌입시 정규시즌은 12이닝, 포스트시즌은 15이닝으로 최대 이닝수를 제한해왔다. 선수와 관중의 피로도 등 현실적인 제약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정규시즌 일부 경기가 9이닝으로 제한된 이상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던 경기의 맥이 끊길 수 있게 됐다. 특히 노히트노런, 퍼펙트 게임 등을 기록하고도 승패 없이 무승부로 기록되는 비운의 투수가 나올 수 있다. 이보다 허들이 낮은 '완봉 무승부', '완투 무승부'는 더 가능성이 높다. 1993년 박충식(당시 삼성)의 연장 15회 완투 무승부와 결과는 같지만 가치는 다른 기록이다.
KBO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이 1997년 무안타 무볼넷으로 9이닝을 소화하고도 포수 패스트볼로 노히트노런에 그친 경기, 배영수 두산 투수코치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04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3타자 연속 아웃 후 박진만(삼성 작전코치)에게 볼넷을 허용한 경기 등이 가장 가까웠던 사례다. 퓨처스리그를 합쳐도 2011년 이용훈이 단 1번 기록한 것이 전부다. 노히트노런은 1984년 방수원(당시 해태)이 처음 달성한 이래 지난해 4월 21일 덱 맥과이어(당시 삼성)까지 총 14번 나왔다.
KBO리그 역사상 무승부가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던 때는 2004년과 2008년이다. 2004년 KBO는 '10시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않는다. 단 정규이닝까지는 정상진행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선수와 관중의 피로, 귀가 시간을 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해 무승부가 무려 48경기나 발생한데다, 한국시리즈가 3차례 무승부 끝에 9차전까지 펼쳐진 파행으로 인해 1년만에 폐지됐다.
반대로 2008년에는 '시간제한이 없는 승부'라는 야구의 매력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끝장승부'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 또한 1박2일 경기와 현실로 다가온 주력 선수들의 부상 우려로 인해 바로 폐지됐다.
이후 KBO리그의 무승부는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8개 구단으로 치러지던 2009~2011년 매년 20경기, 2012년 30경기의 무승부가 나왔다. 반면 2013년 NC, 2015년 KT의 가입으로 경기수가 증가했지만, 무승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2018년(22경기)를 제외하면 연평균 10~14경기 사이다. 지난해에도 무승부는 총 14경기에 불과했다. 무승부는 2009, 2010년 두 시즌 동안 '패배'로 처리된 적도 있지만, 올시즌에는 승패기록에는 포함하되 승률에는 반영하지 않는 '승률제'로 진행되고 있다. 선수 개인의 기록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무승부로 인한 팀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형식이다.
도곡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