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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분석]일단 144G 강행→변화 가능, 책임은 현장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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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결국 가장 실질적인 책임은 현장이 짊어지나.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는 21일 서울 도곡동 캠코양재타워에서 정운찬 총재와 10개 구단 대표이사들이 모여 2020년 제 4차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는 정규 시즌 5월 5일 개막을 확정지었다. 21일 팀간 연습경기 시작으로 2020시즌의 시작을 알린 KBO리그가 5월 5일부터 본격적인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하는 셈이다. 당초 3월 28일 개막이 예정됐었지만 한달 이상을 미룬 끝에 드디어 개막일을 못박을 수 있게 됐다. 개막만 손꼽아 기다려온 모든 팬들, 관계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규 시즌 144경기 전체 소화'라는 이사회의 기본 골자는 변하지 않았다. 개막일 결정과 관련해서도 5월 1일과 5일 중에 나흘 더 늦은 5일을 택했지만, 144경기라는 큰 덩어리는 건드리지 않았다. 이사회의 기본 계산은 5월 5일 개막해 11월 2일까지 정규 시즌을 마치고 11월 4일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후 한국시리즈를 11월 28일까지 마치는 것이다. 대신 매년 시즌 중반에 열렸던 올스타전과 올스타전 앞뒤 휴식기를 공식적으로 취소했고, 3선승제로 치러지던 준플레이오프를 2선승제로 축소했다.

당연히 감독, 코치,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몇몇 감독들이 며칠전부터 경기수 축소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해왔고, 21일 이사회 결정이 나온 후에도 "경기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을 어필했다. 물론 이사회의 주체가 KBO 그리고 10개 구단 대표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내려진 결정이 곧 KBO와 구단의 결정이다. 하지만 이사회가 144경기 체제 유지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사정과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고충이 충돌하는 셈이다.

일단 현장에서는 당장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 등의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선수단의 부상 관리, 컨디션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막막한 암초다. 개막을 하는 시점이, 이미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2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른 후라 사실상 새롭게 몸을 만들어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캠프에서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 중 밸런스가 흔들린 선수들도 있고, 미리 세워둔 계획과 실제 가동 전력이 어긋날 확률이 매우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전 선수 중 1,2명 부상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나 마찬가지다. 휴식기 없이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까지 소화한다는 것은 팀 전체 운명이 좌우될 수 있는 재난 요소다. 또 전체 9개 구장 중 돔구장이 1개뿐인 상황에서 날씨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장마철에도 우천 취소 결정이 곧 일정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1~2시간씩 경기 시작 시간을 지연하면서 대기하는 풍경도 자주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144경기를 고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사회도 변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일단 144경기를 잡아놓고,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경기수를 축소해나갈 생각이다. 경기수가 줄어들더라도 팀간 경기수는 반드시 동일하게 맞춘다. 연전 일정이 꼬이는 등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가 많겠지만, 10개 구단의 양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일 개막 이후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리그 중단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경기수 축소가 필수이기 때문에 추가 조정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4경기 체제 고수는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 '펜데믹' 상황에서 계획대로 모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까. 11월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