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김신욱 김주성 박건하 유상철 박동진 그리고 조영증. 이 전현직 K리거들의 공통점은 포지션 '카멜레온'이다.
이들은 K리그 무대에서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공격수에게 필요한 골결정력, 미드필더에게 절실한 넓은 시야, 수비수에게 요구되는 제공권 등 각 포지션별로 있어야할 능력은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 경계를 넘나들었다.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을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포지션을 바꾼 뒤에도 잘 나갔다. 공수를 넘나든 선수부터 모든 필드 포지션에서 베스트11을 수상한 선수들까지 있다.
'야생마' 김주성과 2002년 월드컵 4강 영웅 '유비' 유상철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시즌 베스트11에 뽑혔다. 포지션 변경을 넘어 자신의 자리에서 한 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987시즌 공격수로 대우(현 부산)에 입단했던 김주성은 첫 시즌 28경기에 나와 10골(4도움)을 기록했다. 1992년 독일 무대 진출 전까지 포워드와 미드필더로 뛰었고, 1994년 K리그 복귀 후 수비수로 포지션을 변경해 선수 커리어를 마감했다. 김주성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각각 한 번씩(1987년, 1991년), 수비수로는 세 번(1996~97년, 1999년) 베스트11에 선정됐고, 1997년에는 수비수로 MVP까지 수상했다.
1994년 울산에 입단한 유상철 역시 은퇴 전까지 모든 필드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데뷔와 동시에 그해 수비수로 시즌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4년 뒤에는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멀티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였다. 유상철은 득점왕을 차지한 1998시즌에는 미드필더로, 2002년에는 공격수로 베스트11에 뽑혔다. K리그에서 9시즌을 보낸 유상철의 통산 기록은 142경기 37득점(9도움)이다.
수원 삼성 레전드 박건하는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해 성공을 거둔 경우다. 1996시즌 공격수로 수원 유니폼을 입었던 박건하는 그해 34경기에서 14골(6도움)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2001시즌까지 줄곧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2002년 센터백이 부족했던 수원은 박건하에게 포지션 변경을 권유했고, 그해 전북전을 시작으로 수비수로 역할을 바꿨다. 박건하는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고 2006년 수비수로 은퇴했다.
현재 K리거중에는 김태환(울산) 김문환(부산) 김진야(서울) 등이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의 전향에 성공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서는 위치가 조금씩 자기 진영으로 내려갔다.
울산-전북 출신으로 중국에 진출한 국가대표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센터백에서 스트라이커로 전향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K리그 통산 득점 3위인 김신욱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였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센터백으로 울산에 입단했던 그는 동료 공격수의 줄부상과 당시 김호곤 감독(현 수원FC 단장)의 지도와 권유로 공격수로 변신했다. K리그 첫 해 27경기에 나와 7골(1도움)을 올렸고 통산 350경기에서 132골(31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서울 박동진이 김신욱의 길을 따라가기 위해 변신 중이다. 2016시즌 광주에서 수비수로 데뷔한 박동진은 2018년 서울 이적 후 2019시즌 전지훈련을 계기로 공격수로 변신했다. 공격수 출신 서울 최용수 감독의 안목이 적용하고 있다.
조영증(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은 K리그 원조 '멀티플레이어'다. A매치 109경기에 나선 조영증은 1970~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K리그 출범 전 실업팀인 제일은행에서 뛰었던 조영증은 1981년 미국에 진출했다. K리그 출범 2년째인 1984년 럭키금성(현 서울)에 입단했는데, 선수층이 얇았던 구단 사정으로 공격수로 뛰었고, 그해 6경기 연속 득점을 터트리는 등 9골(4도움)을 뽑았다. 이듬해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