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로진백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
투수들은 투구 도중 손바닥에 땀이 나면 자연스럽게 로진백을 집어 든다. 손바닥에 송진가루를 묻히면 공이 미끄러지는 걸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투수들에게 로진백은 필수품이다. 민감한 투수의 경우 이닝 중에도 로진백 교체를 요청한다.
한데 로진백 없이 던지는 투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LG 트윈스 우완 이상규(24)다. 2015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 7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한 이상규는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2018년 복귀해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해 1경기를 던졌다. 신인이나 다름없다.
이상규는 최근 한 달간 진행된 팀 자체 청백전에서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며 류중일 감독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청백전에 7차례 등판해 13⅓이닝 9안타 3볼넷 9탈삼진,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입단할 때 140㎞에도 미치지 못했던 구속을 150㎞까지 끌어올렸으니 류 감독도 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직구 중심의 투구에 슬라이더와 커브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경기를 치를수록 제구력도 돋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상규는 2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개막 엔트리 진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류 감독은 "이상규는 지금 상태가 좋아 보인다. 길게 가는 투수일지 선발로 갈 지는 고민 중이다. 공이 (팀내 선발 중에서)가장 빠르다. 4~5이닝은 거뜬히 던지지 않을까 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상규는 이날 직구 구속을 최고 151㎞까지 끌어올렸다. 전지훈련서 150㎞를 던진 적이 있는데, 다른 팀을 상대로 한 첫 공식경기에서 자신의 최고 스피드를 찍은 것이다. 이상규의 다른 장점들로는 침착한 성격, 두둑한 배짱, 긍정적 마인드가 꼽힌다. 1m85로 큰 키는 아니지만, 전체적인 신체 밸런스도 투수로는 안성맞춤이다.
이상규가 로진백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건 이날 경기 후 처음 공개됐다. 3루 더그아웃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상규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로진백을 한 번도 안 만졌다. 중학교(청원중)때 멋있게 보이려고 만져봤는데 역시 도움이 안되더라"고 밝혔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습관'이 그렇게 들었다는 것이다.
이상규가 프로 입단 후에도 로진백을 안 쓰는 건 최상의 피칭을 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게 매력적일 수 있지만, 그는 투구에 집중하려 할 뿐이다. 이상규는 "오늘 빠른 직구를 강하게 던지려고 했다. 구속이 한 두번 그렇게 나오기보다 꾸준히 나와야 의미가 있다"며 "타자들이 생각보다 타이밍이 늦더라. 실전 감각이 아직 떨어지니까 힘으로 던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무게는 무겁게, 움직임은 빠르게라는 생각을 갖고 한다. 그래야 파워가 생긴다"며 "워커 뷸러(LA 다저스)가 던지는 걸 주로 본다. 그 팀에 있었던 김용일 코치님 얘기도 들으면서 매커니즘을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규는 1군 진입에 대해 "아마도 추격조로 가는 것 같은데, 경험을 쌓으면서 강약조절에 중점을 두겠다"면서 "꿈이 이뤄져서 많은 걸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