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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인터뷰]SK 염경엽 감독의 역발상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기회. 좋은 경기력으로 가치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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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대로 144경기를 하면 20점 이상 나오는 경기가 자주 나올 수도 있습니다."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조심스러워 했다. "감독이 얘기하면 안되는 것인 것 같긴 한데 다른 감독님들과 통화를 해서 물어보니 같은 의견이라 말씀드려본다"라고 했다.

이미 KBO가 전제로 깔고 있는 144경기를 치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컸다. 예년보다 한달이 늦은 5월에 개막하는데도 144경기를 모두 다 하려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염 감독은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셔서 개막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시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감독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도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염 감독이 우려하는 것은 경기력이다. 확실한 국내 에이스가 없는 팀이 있고, 4,5선발이 확실하지 않은 팀도 있고,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큰 구단들은 쉼없는 144경기를 제대로된 경기력으로 치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결국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당장 포기하는 경기가 늘어나서 큰 점수차의 경기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그 팀은 시즌을 포기해야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 확진자가 나오면 접촉자의 경우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1군 선수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2주간 뛸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로 2주를 치렀을 때의 성적은 뻔하다. 그 경기가 흥미진진하게 치러질 수가 없다. 그 경기를 보고자 하는 팬이 얼마나 될까.

일정상 144경기를 모두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다. 5월 1일 개막한다고 할 경우 정상적으로 치르면 10월 15일에 정규시즌이 끝난다.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한 잔여경기를 예년엔 2주 정도 소화했다. 결국 10월 말이나 11월 초에나 포스트시즌을 열게 되고 11월 말에야 한국시리즈가 끝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취소도 생각을 해야한다. 확진자가 크게 줄었다고 해도 전염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

KBO가 144경기를 고수하는 것은 스폰서나 중계권, 광고 등 144경기를 전제로 체결한 계약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수가 줄어들 경우 계약한 금액의 일부를 반환해야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무관중 경기로 수입이 줄어드는 구단의 재정적인 부담은 커진다. 염 감독은 KBO에 쌓여있는 야구발전기금(약 470억원)을 사용할 때라고 했다. 염 감독은 "위기 때 쓰려고 한 것 아닌가. 지금이 큰 위기인데 이럴 때 써야한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지금을 위기이자 기회로 봤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열리고 있는 스포츠가 없다보니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채널인 ESPN이 KBO에 중계권에 대한 질문을 했을 정도다. 염 감독은 "ESPN의 중계에 대한 기사를 봤을 때 댓글의 대부분이 경기력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이럴 때 좋은 경기력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한다면 KBO리그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라고 했다.

당장의 손해 때문에 144경기를 강행하는 것보다 경기수를 126경기나 108경기로 줄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KBO리그의 흥행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KBO리그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지금 당장의 손해는 손해가 아니라 투자가 될 수 있다.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