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텅 빈' 야구장에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호흡해야한다. 무관중 경기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메이저리그(MLB) 2020시즌은 개막할 수 있을까.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는 30개 구단이 자신의 연고지가 아닌 애리조나 또는 플로리다에서 '고립된 야구 마을'을 만들어 시즌을 개최한다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선수와 관계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양측 주 정부는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필요하다면 MLB를 '필수 산업'으로 인정, 무관중을 전제로 시즌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스포츠가 '올스톱'된 이유는 간단하다. 무관중 경기라 해도 TV 중계를 전제로 하는 만큼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과 한국처럼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든 나라들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확진자 수 61만명을 넘기는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5일(한국 시각) '무관중 경기'에 대한 MLB 취재 기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실명으로 전했다.
SI 관계자들은 '텅 빈 야구장도 안전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신 타이거스는 연습게임 일주일 만에 3명의 선수가 코로나19게 걸렸다. 시즌 중에 환자 한 명 나오면 스포츠 전체가 2주간 정지돼야한다' , '선수와 코치, 트레이나, 심판, 클럽 스태프, 언론 관계자, 호텔 종사자, 구장 관리 요원 등을 합치면 무관중 경기라 해도 200~300명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코치의 마운드 방문 제한, 공 던지기 전 손과 입을 접촉할 수 없는 투수, 7이닝 더블헤더, 승부를 가르는 홈런 더비라니 우스꽝스럽다. 2020년에 유사 야구를 하느니 시즌을 접는게 낫다' 등 강도높은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프로야구의 근본인 팬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모든 시민들이 희생과 고통을 겪고 있는데, 오직 야구 관계자들의 케어를 위해 고립된 장소에 수개월간 투입되는 의료진은 지나친 특혜라는 것. '팬들이 없어야 안전한 스포츠라면, 굳이 해야할 이유가 있나', '아직 한국도 코로나19 백신이 없는데, 미국의 무관중 경기 도전은 무모하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찬성 의견을 밝힌 사람도 있다. 야구가 아예 없는 세상보다는 텅빈 경기장이라 해도 경기가 열리는 편이 낫다는 것. 막대한 자금 압박을 견뎌야하는 각 구단 입장에서도 비록 입장 수익은 없더라도 TV 중계 수익은 얻어야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이렇듯 MLB 개막이 불투명한 현실에서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급기야 KBO리그 중계를 고려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들 중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임을 감안하면 지역 감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태다. 하지만 KBO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만일 개막 이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리그 재개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KBO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뒤인 오는 21일 이사회를 갖고 5월초 무관중 개막 여부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